살얼음판인 유로존이 국제 신용 평가사의 신용 등급 강등 경고로 인해 출렁이고 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S&P)는 5일 유로존 17개국 중에서 그리스와 키프로스를 제외한 15개국의 신용 등급을 내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경고 대상에서 빠진 그리스와 키프로스는 이미 ‘부정적 관찰 대상’에 올라 있어 신용 등급을 더 내릴 필요도 없다는 게 S&P의 판단이다.
S&P가 이번에 독일, 프랑스,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 현재 AAA 등급을 받고 있는 6개국을 포함한 15개국의 향후 전망을 ‘부정적’으로 낮췄다. 이는 향후 90일 이내에 이들 국가에 대한 신용 등급을 내릴 가능성이 최소한 50%라는 뜻이다.
독일, 벨기에, 오스트리아, 핀란드, 룩셈부르크 등 5개국의 신용 등급은 한 계단 내려갈 가능성이 크다고 S&P가 밝혔다.
그렇지만 프랑스를 비롯한 나머지 10개국의 등급은 한꺼번에 두 단계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로존 국가들은 S&P가 유로존 정상회의 개막 직전에 이같은 경고 조치를 취한 데는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개입돼 있다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있다.
S&P 등 국제 신용 평가사는 지난 2008년말 글로벌 금융 위기를 제때 예보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호된 비판을 받아왔다. 신용 평가사는 이같은 비난을 무력화하려고 최근 들어 다소 공격적으로 등급 강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S&P는 지난 8월에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AAA에서 한 단계 낮췄다. 미국 정부가 이에 강력 반발해 보복 수단을 동원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증권거래위 (SEC)를 동원해 S&P와 일부 투자자 간 내부자 거래 가능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는 등 S&P를 압박하고 있다. 그렇지만 미국 정치권에서 재정 적자 감축 방안 마련을 위해 운영됐던 슈퍼위원회가 합의안을 내놓지 못하자 S&P의 판단이 옳았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와 마찬가지로 유럽연합의 집행부도 신용 평가사를 비난하고 있다. 이는 신용 등급 강등이 이뤄질 경우 입게될 실질적인 타격을 줄이기위한 포석이다. 각국 정부 등의 반발에도 불구 신용평가사는 국제 금융 시장에서 여전히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S&P가 미국의 국가 신용 등급을 내린 직후에 미 재무부 채권 수익률은 2.58%에서 2.04%로 떨어졌었다. S&P가 유럽 국가 중에서 그리스, 포르투갈, 스페인, 이탈리아의 신용 등급을 낮췄었다. 그 여파로 이들 국가들의 정부 부채 위기가 심화됐다.
S&P는 8,9일 열리는 유로존 정상회의에서 경제 위기 타개책이 나오지 않으면 유로존 15개국에 대한 신용 등급 강등 조치를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S&P는 이를 위해 사전에 유로존 경제에 대한 검토 작업을 하고 있다.
워싱턴=국기연 특파원 ku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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