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에 걸렸을 뿐이다. 그러나 그 이유로 10살, 8살, 5살 3남매는 부모의 엽기적인 신앙에 의해 희생당했다. 전남 보성의 한 교회에서 목사 부부는 독감에 걸려 고열로 시달리던 세 자녀를 금식기도로 낫게 하겠다며 굶기고 제대로 치료하지 않았다. 잡귀를 몰아낸다는 구실로 성경 구절을 멋대로 해석해 자녀를 폭행했다. 심지어 부부는 숨진 아이들을 기도로 살릴 수 있다며 10일 이상 방치했다.
보성경찰서는 12일 보성읍의 한 교회를 운영 중인 목사 박모(43)씨와 부인 조모(34)씨에 대해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박씨 부부는 최근 독감을 앓은 큰딸(10)과 8살, 5살인 아들을 허리띠, 파리채 등으로 마구 때린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첫째와 둘째의 온몸에서 폭행흔적을 발견했고 셋째의 시신은 심하게 훼손돼 폭행피해를 확인하지 못했다. 부부는 금식기도를 하면서 자녀들에게도 음식을 주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은 애초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하려 했으나 부부의 행위가 방치 수준을 넘어 자녀의 사망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보고 상해치사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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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에서 11일 발견된 메모지. 보성=연합뉴스 |
부부는 “왜 때렸느냐”는 경찰의 질문에 “잡귀를 쫓기 위해서다”고 답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이들이 아픈 것뿐 아니라 평소 말을 듣지 않는 것도 잡귀가 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부부는 성경 잠언 23장 13∼14절 ‘아이를 훈계하지 아니하려고 하지 마라. 채찍으로 그를 때릴지라도 그가 죽지 아니하리라. 네가 그를 채찍으로 때리면 그의 영혼을 스올(히브리어로 지옥이란 뜻)에서 구원하리라’는 구절을 따랐다. 고린도후서 11장 24절에 ‘유대인들에게 사십에서 하나 감한 매를 다섯 번 맞았으며…’라는 구절대로 39대씩 때렸다고 부부는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신 부검 결과 3남매의 위에는 음식물 흔적이 거의 없었다. 경찰은 부부가 금식기도에 들어간 지난달 23일 이후 자녀도 굶은 것으로 보고 있다.
“2012년 1월20일 목요일 TV을 보았다 재미있다 런닝맨이 재밌었다.”
현장에서는 숨진 3남매 중 1명이 금식기도 며칠 전 쓴 것으로 보이는 일기가 발견됐다. 맞춤법을 틀려가며 또박또박 눌러 쓴 일기를 남기고 며칠 뒤 3남매는 ‘엽기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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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인 아버지가 기도로 병을 낫게 한다며 자녀 3명을 방치해 숨지게 한 사건이 발생한 전남 보성군 보성읍 한 교회를 11일 경찰이 지키고 있다. 보성=연합뉴스 |
조씨에 따르면 큰딸은 지난 1일 오후 10시쯤, 8살 아들과 셋째는 2일 오전 5시쯤과 오후 7시쯤 숨졌다. 이후 박씨는 검거되기 전까지 수요·일요예배를 정상적으로 진행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교회는 신자가 10여명에 불과한데, 그나마 대부분 노인이라 시신이 부패하는 냄새 등에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았다.
2남2녀를 둔 박씨 부부는 2009년 3월1일부터 이곳에서 교회를 운영했다. 이 교회에서는 11일 오전 9시50분쯤 박씨의 3자녀가 숨진 채 고모부에 의해 발견됐다. 한 살배기 막내는 같은 교단의 다른 교회에서 데려갔으며 건강상태는 양호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성=류송중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