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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칼럼] 기생충이 사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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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진보당 ‘전쟁’, 어찌 진행될까
첫째는 번식이요 둘째는 생존이라
‘리베이로이아 흡충’이란 놈이 있다. 올챙이에게 달라붙는 흡충이다. 감염 올챙이는 다리가 성치 못한 개구리로 자라난다. 당연히 잘 뛰지 못한다. 달팽이에게 달라붙는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도 있다. 감염 개체는 눈이 색다르다. 오동통한 초록색 애벌레로 보이는 것이다. 행동양식도 독특하다. 음지를 찾는 습성과 정반대로 한사코 양지로 나아간다.

두 기생충의 최종 숙주는 하늘을 나는 새다. 개구리, 달팽이 같은 중간 숙주에 기생하는 이유다. 고등 생명체를 조종하는 수완이 놀랍다. 불구 성체를 만들고 행동양식을 바꾼다. 중간 숙주는 새의 먹잇감이 되고 만다. 기생충이 탑승하는 ‘KTX’인 셈이다.

정가 이슈는 단연 통합진보당의 비례대표 부정 경선 파문이다. 발단부터 전개까지 파란만장하다. 당권파·비당권파 간의 줄다리기에 이어 지난 주말엔 폭력사태가 빚어졌고, 어제는 혁신비대위(위원장 강기갑)가 떴다. 물론 당권파는 ‘무효’를 주장했지만….

진단은 다채롭다. ‘상식과 비상식의 싸움’이란 분석이 있고 ‘진리(眞理) 정치’의 병리현상이란 평가도 있다. 정당 근대화가 안 된 탓이라고도 한다. 여러 진단은 설득력이 있지만 미진한 감도 없지 않다. 기생충 대 숙주 면역계의 대결 관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사태 결말을 내다보려면 더욱 그렇다.

당권파 핵심은 1980년대 NL(민족해방)계열에 뿌리를 둔다. PD(민중민주)계열이 만든 민주노동당을 접수하는 수완을 보인 집단이다. 굳이 비유하자면, 기생충 사는 법을 차용했다고나 할까. 2001년 수백명을 위장 전입시켜 서울 용산지구당을 삼킨 것이 단초였다. 다른 지역 조직도 속속 장악했다. 이들 관점에선 2008년 민노당 분당 사태는 용도 폐기 세력을 정리한 사건이다. 기생충이 면역계를 무력화시켜 숙주 통제권을 독차지한 것이나 진배없다.

작금의 사태도 다르지 않다. 숙주 통제권을 둘러싼 싸움이다. 당권파 핵심은 당초 친노무현 세력을 끌어들이는 데 앞장섰다. 이유는? 숙주 몸집을 키워야 했던 것이다. 분당의 악연이 있는 심상정·노회찬 그룹과도 같은 의도로 손을 잡았다고 보는 것이 합리적이다.

효험은 컸다. 통합진보당은 원내 제3당 위상을 확보했다. 당권파 지분도 덩달아 커졌다. 문제가 없지는 않다. 숙주 면역계가 반항할 줄 미처 몰랐다는 점이다. 아니면 알고도 무시했거나. 이번 파문이 커진 이유다.

리베이로이아 흡충에 감염된 개구리라면 절뚝거려야 마땅하다. 레우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에 감염된 달팽이라면 밝은 곳으로 가야 한다. 그래야 새들이 맛나게 잡아먹는다. 현 상황은 다르다. 중간 숙주가 마냥 버틴다. 달팽이가 실명을 하더라도 눈알 제거수술을 하겠다고 아우성을 치기까지 한다. 제 역할을 거부하는 것이다. 기생충은 과연 어찌 할까. 중간 숙주가 하자는 대로 놔둘까.

영국 런던대 위생열대의학대학원에서 연구한 정준호씨는 ‘기생충, 우리들의 오래된 동반자’에서 기생충이 고려하는 사항은 두 가지라고 적시한다. “첫째는 최대의 번식이요, 둘째는 최대의 생존”이라는 것이다. 통합진보당 파문의 결말을 점치게 하는 힌트가 여기에 있다.

당권파가 최종 숙주로 간주하는 국회 개회, 그리고 민주당과의 공동정권이 눈앞이다. 번식·생존의 길이 멀리 있지 않다. 왜 물러서겠는가. 당권파가 전략전술을 다해 금배지 확보 때까지 버틴다는 데 적어도 1만원쯤 걸고 싶다.

유시민, 심상정, 조준호. 비당권파 간판스타들은 하나같이 싸움이라면 일가견이 있다. 생명과 건강을 지키는 면역계라는 명분도 있으니 투지와 사기 또한 하늘을 찌를 것이다. 하지만 이번엔 적수를 잘못 만난 것인지도 모른다. 19세기 미국 사상가이자 시인인 에머슨은 이렇게 말했다. “감히 기생충에게 대적하려는 신은 없다.”

논설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