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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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 당에 남아 권력투쟁…'추잡한 버티기'

통합진보당 내분 장기화 조짐… 비당권파 "나가도 안 말린다"
당권파 주도의 5·12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은 비당권파가 14일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당권파가 중앙위 전자표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적 대응 등 재반격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분당이냐,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열쇠는 당권파가 쥐고 있다. 비당권파는 “분당은 없다”면서도 당권파가 ‘짐’을 싸고 나간다면 말리지 않을 심산이다. 정치권은 물론 진보진영에서조차 손가락질 당하는 당권파로선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당에 남아 기득권을 지키는 권력투쟁에 올인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통합진보당 내분이 장기화되고, 야권연대 등 대선 국면에서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러납니다 통합진보당 조준호,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위원회 전자투표 결과와 대표직 사퇴 선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
이제원 기자
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위 회의가 종료됨에 따라 사퇴했다. 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국민에 거듭 사과했다. “감히 마지막 기회를 청하겠다. 진보정치가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저희의 몸부림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대목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유 대표는 당권파의 중앙위 의결 수용 여부에 대해 “어떤 당원도 당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결과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권파의 반응은 달랐다. 한 핵심 관계자는 “중앙위 전자표결은 법적인 결함이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대응 수위다. 당장 전자표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 방안이 거론된다. 당권파가 비대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 소송으로 끌고 가면서 비례대표 후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여론이 악화되고 당내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

민주노총뿐 아니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내 최대 세력인 민주노총이 지지를 철회하고 집단탈당 카드를 꺼내들면 사실상 통합진보당은 와해된다.

당권파 내부에서도 법적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경우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이 적잖다는 것이다. 폭력 사태에 책임지지 않고 다시 법적 공방을 벌이면 비난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폭력사태가 중앙위 정회의 원인이 된 데다 중앙위 온라인 토론회 서버를 차단한 것도 비당권파에 전자투표 명분을 줬다는 지적이다.

당권파가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하면서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에 나설 경우 비대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할 비당권파와 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19대 국회 개회를 앞두고 원내대표 후보를 내세워 원내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당권파에서는 김선동 의원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비당권파에서는 노회찬 당선자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 선출은 1라운드에 불과하다. 6월 말로 예정된 당대표 선출대회는 두 세력 간 진검승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