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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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권파 참여 미지수 … 반쪽짜리 될 판

강기갑 비대위 험로 예고
“수습비대위나 봉합비대위가 아니라 ‘혁신비대위’다. 그것이 저에 대한 강력한 당의 주문이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신임 비상대책위원장의 첫 일성이다. 강 위원장은 14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흰 고무신의 도포 차림으로 땅바닥에 엎드려 ‘사죄의 절’부터 했다.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큰 절을 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그는 혁신비대위의 과제로 당권파에서 회의 성립 자체를 부정하고 있는 중앙위원회의 결의 이행, 추가 쇄신방안 모색, 내달 말 치러질 새 지도부 선출의 공정한 관리, 당 문제에 대한 당원 의견 수렴 후 보완대책 강구 등을 꼽았다. 이어 “주장에 의해 형상화된 진보가 아니라 국민에게 정체성을 인정받는 진보의 실체가 되지 않으면 용서받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11총선 비례대표 부정경선에서 드러난 옛 민주노동당의 관습과 문화에 대한 단호한 혁신을 예고한 것이다.

그러나 혁신비대위 체제는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험로를 예고하고 있다. 강 의원을 위원장으로 하는 비대위 안에 대해 당권파는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당권파의 비대위 참여 여부조차 미지수다. 당권파 참여 없이 반쪽자리 비대위가 꾸려질 경우 대표성 논란에 휩싸일 수밖에 없다.

강 위원장은 “(당권파는) 함께해야 할 분들”이라고 강조했지만 비대위의 역할 자체가 당권파에 칼을 들이대야 하는 숙명이다. 경쟁명부 비례대표 사퇴 논란 속에 사퇴거부 입장을 밝힌 당권파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에 대해 강 위원장은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중앙위 결정에 당사자들이 따를 것”이라고 압박했다. 당권파가 주장해온 당원 총투표에 대해서도 “중앙위를 통해 이미 폐기된 것”이라며 추진의지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김예진 기자 20120514022001 단S/자동차 등록을 둘러싼 리스회사와 지자체의 탈법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기에 앞서 중앙위원회 폭력사태와 관련해 국민에게 사죄하는 큰 절을 하고 있다.김범준 기자 //mimg.segye.com/content/image/2012/05/14/20120514022001_0.jpg 1 3 09 6 저작자 표시 + 변경금지 N 20120515020344 '통진당' 구원투수 강기갑 "폭력사태는…" 20120515090331 20120515160209 20120515110820 통합진보당 강기갑 혁신비대위원장은 15일 중앙위 폭력 사태와 관련해 "당에서 일어난 일이므로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조사와 처벌을 하겠다"고 말했다.그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어제 대표단이 중앙위를 온라인으로 열고 전자투표를 통해 비대위에 전권을 넘겼으므로 그 부분까지 강도높게 다룰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강 위원장은 "전자투표는 무효"라는 당권파의 주장에 대해 "운영위도 온라인으로 했고 이정희 당시 대표가 결과를 인정했다"며 "당헌에 나와 있는 대로 절차와 과정을 밟아서 한 것이므로 무효라고 할 근거가 전혀 없다"고 말했다.당권파의 경선 비례대표 후보 일괄사퇴 거부에 대해 그는 "본인들이 거부하면 다른 방법은 없다"며 "당의 최고 의결기구에서 그런 결정과 요청을 하고 있는 만큼 당사자들이 현명하게 결정에 따를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강 위원장은 이석기 비례대표 당선자의 국회 진출이 당권파의 목표라는 관측에 대해 "너무 극대화시켜 표현하면 상대를 자극할 수 있다"며 "결국 끝까지 사퇴않는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므로 좋지 않은 예단은 하지 않는게 좋다"고 지적했다.분당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는 "당내에서는 분당의 분자도 나온 적이 없다. 이번 기회를 통해 더 쇄신하고 혁신하는 진보의 재구성, 통합진보당의 재창당 의지로 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전날 밤 발생한 당권파측 당원인 박영재(44ㆍ수원 비정규직 노동센터 소장)씨의 분신 기도에 대해 강 위원장은 "가족에게 정말 죄송하고 국민께도 다시 한 번 고개를 숙인다"고 말했다.그는 "어제 밤 병원을 방문했으며 상태가 안 좋다고 주치의로부터 전달받았다"며 "하루빨리 극복을 하도록 전 당원들과 함께 손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20120514022657 당권파, 당에 남아 권력투쟁…'추잡한 버티기' 20120514181958 20120515154325 20120514184853 당권파 주도의 5·12 통합진보당 중앙위원회 폭력사태로 여론전에서 승기를 잡은 비당권파가 14일 강기갑 혁신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당내 분위기는 여전히 살얼음판이다. 당권파가 중앙위 전자표결 결과를 인정하지 않으면서 법적 대응 등 재반격을 모색하고 있기 때문이다. 통합진보당이 분당이냐, 재창당 수준의 쇄신이냐의 기로에 선 셈이다. 열쇠는 당권파가 쥐고 있다. 비당권파는 “분당은 없다”면서도 당권파가 ‘짐’을 싸고 나간다면 말리지 않을 심산이다. 정치권은 물론 진보진영에서조차 손가락질 당하는 당권파로선 독자적인 지지기반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아 당에 남아 기득권을 지키는 권력투쟁에 올인할 공산이 크다. 이 경우 통합진보당 내분이 장기화되고, 야권연대 등 대선 국면에서 동력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물러납니다 통합진보당 조준호, 심상정, 유시민 공동대표(왼쪽부터)가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중앙위원회 전자투표 결과와 대표직 사퇴 선언을 발표한 뒤 인사하고 있다.이제원 기자심상정·유시민·조준호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위 회의가 종료됨에 따라 사퇴했다. 심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공당으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정말 부끄럽고 참담한 심정”이라며 국민에 거듭 사과했다. “감히 마지막 기회를 청하겠다. 진보정치가 거듭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저희의 몸부림을 애정을 갖고 지켜봐 달라”는 대목에선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심·유 대표는 당권파의 중앙위 의결 수용 여부에 대해 “어떤 당원도 당 위에 군림할 수 없다”며 “결과를 수용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당권파의 반응은 달랐다. 한 핵심 관계자는 “중앙위 전자표결은 법적인 결함이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대응 수위다. 당장 전자표결 효력정지 가처분신청 등 법적 대응 방안이 거론된다. 당권파가 비대위 체제를 인정하지 않고 법정 소송으로 끌고 가면서 비례대표 후보 사퇴를 거부할 경우 여론이 악화되고 당내 갈등은 증폭될 수밖에 없다.민주노총뿐 아니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진보성향 시민단체들은 이날 성명을 통해 “통합진보당은 모든 기득권을 포기하고 재창당 수준의 전면적 혁신에 나서야 한다”고 압박했다. 당내 최대 세력인 민주노총이 지지를 철회하고 집단탈당 카드를 꺼내들면 사실상 통합진보당은 와해된다.당권파 내부에서도 법적 대응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효력정지 가처분신청을 할 경우 예상되는 정치적 부담이 적잖다는 것이다. 폭력 사태에 책임지지 않고 다시 법적 공방을 벌이면 비난여론이 거세질 수 있다. 폭력사태가 중앙위 정회의 원인이 된 데다 중앙위 온라인 토론회 서버를 차단한 것도 비당권파에 전자투표 명분을 줬다는 지적이다. 당권파가 비례대표 사퇴를 거부하면서 당 주도권을 잡기 위한 권력투쟁에 나설 경우 비대위 중심으로 전열을 정비할 비당권파와 일전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당권파는 19대 국회 개회를 앞두고 원내대표 후보를 내세워 원내 장악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다. 당권파에서는 김선동 의원이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맞서 비당권파에서는 노회찬 당선자가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원내대표 선출은 1라운드에 불과하다. 6월 말로 예정된 당대표 선출대회는 두 세력 간 진검승부의 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김달중 기자 dal@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