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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선교 논설위원 |
역사는 되풀이된다고 했다. 나쁜 선례는 더욱 그렇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 회장은 수난과 굴욕을 당하면서 교체된 것이다. 그때마다 조직은 흔들리고 망가졌다. 김대중 정부 시절에는 김만제 회장, 노무현 정부 때는 유상부 회장이 물러났다. 말로는 하나같이 ‘자진사퇴’였지만 뒷말이 무성했다. 사정의 칼날이 동원됐다는 둥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둥 말이 많았다.
포스코가 또다시 정경유착에 휘말렸다. 2009년 1월 이구택 회장을 물러나게 하고 정준양 회장을 선임하는 과정에서 정권 실세가 깊숙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것이다. 언론보도를 종합하면 정권 실세들은 회장 후보들을 불러 인터뷰까지 하면서 좌지우지했다고 한다. 심지어 유력 후보가 반발하자 불법사찰을 통해 뒷조사를 했다는 말까지 나온다. 권력자들이 포스코를 전리품처럼 주무른 것이다.
그러잖아도 포스코는 사정이 어렵다. 포스코는 최근 3년간 공격적인 경영을 폈다. 계열사는 36개에서 71개로 늘었다. 문어발식 사업확장은 재무구조 악화로 이어졌다. 부채비율은 2009년 54.5%에서 92.4%로 치솟았다. 신용등급도 강등됐다. 한때 70만원을 웃돌았던 주가는 반토막 났다. 포스코는 조만간 경영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하지만 장담하기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정권 실세의 인사개입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으니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외국 투자가들은 ‘최고경영자(CEO) 리스크’에 주목한다. 뛰어난 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라도 CEO가 자주 바뀌면 투자자들은 외면한다. 경영의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어 투자리스크가 커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더구나 포스코처럼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예상치 못한 사람이 CEO 자리를 꿰찬다면 미래는 어둡다. 너나없이 CEO가 되려고 정치권에 줄대기를 하면서 경영은 내팽개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조직은 망가지고 기업가치는 곤두박질칠 것이다.
포스코는 세계 3대 철강회사로 발돋움한 초우량 글로벌기업이다. 이런 포스코가 CEO 인사문제로 시끄러우면 국가경제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경영진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게 정치권이 도와주고 지켜봐야 하는 이유다.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 TJ가 이미 보여줬다. ‘종이마패’와 ‘우향우 정신’이 그것이다. 포스코는 제철소 공사 때부터 정치권의 간섭과 이권청탁이 끊이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TJ가 사표를 던지자 박 전 대통령이 친필 메모지를 건넸다. 종이마패로, 제철소 공사와 관련한 모든 권한을 위임한다는 내용이다. 이후 정치권의 간섭과 청탁은 사라졌다. 단 한 건의 낙하산 인사도 없었다. 정치권과 대권 주자들이 곱씹어볼 일이다.
‘우향우 정신’은 포스코인의 불굴의 정신력을 상징한다. “제철소 건설에 실패하면 우리 모두 ‘우향우’해 영일만에 몸을 던지자”던 TJ의 정신이 포스코인에게 전수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주인의식이 지금도 포스코인에게 살아있다면 권력에 휘둘릴 까닭이 없다. 구성원들이 두 눈 부릅뜨고 지배구조를 만들고 실천하면 된다. 이제 외풍을 막아줬던 TJ는 떠났다. 남은 자들의 몫이다.
김선교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