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걸레질을 싫어한 전업주부가 있었다. 그는 ‘빗자루를 대신하는 진공청소기는 있는데 뜨거운 물이 나오는 걸레는 왜 없을까’ 하는 의문을 가졌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걸레, 즉 스팀청소기에 대한 그녀의 아이디어는 중소기업청의 아이디어 상업화 지원사업의 도움을 받아 마침내 상용 제품으로 출시됐다. 2001년 처음 선보인 이 스팀청소기는 지난해 누적 판매 1000만대를 기록할 정도가 됐다. 한 주부가 일상에서 찾은 발명 아이디어 하나로 연매출 수백억원 규모의 기업을 일구게 된 사례다.
발명은 일상에서 마주치는 주변 사물에 대한 관심에서 출발한다. 주어진 환경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새롭고 편리한 것을 추구하고자 하는 창의성과 도전정신만 있다면 누구나 발명가가 될 수 있다. 과학적 원리에 대한 이해와 지식이 있다면 발명이 더 수월해질 수 있고 관심과 지식을 키울 수도 있다. 또는 스팀청소기 제조기업의 최고경영자(CEO)처럼 기업가가 될 수도 있다.
19일은 제47회 발명의 날이다. ‘세종실록’에 따르면 1442년 이날 세종대왕의 세자인 문종이 측우기를 고안했다. 정부는 이 기록을 토대로 측우기를 발명한 5월19일을 기념하기 위해 1957년 국가기념일로 지정했다. 우리 민족은 측우기를 비롯해 금속활자, 거북선 등을 세계 최초로 발명했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로 평가받는 한글도 창제해 냈다. 과학에 대한 높은 지식기반이 없이는 불가능한 성과이다. 이러한 저력은 꾸준히 이어져 수많은 특허와 원천기술로 재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7월 특허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2009년 한 해 16만3523건의 특허를 출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미국, 일본, 중국에 이어 세계 4위에 해당하는 실적이다.
21세기 지식기반사회에서는 과학기술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한다. 특히 기초과학과 응용과학의 균형 발전은 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과 신성장산업 육성의 원천이 된다. 정부는 이를 위해 기초·원천기술 연구개발(R&D) 예산을 꾸준히 늘려 왔다. 우리나라 모든 학문 분야의 연구를 지원하고 있는 한국연구재단의 올해 예산은 3조500억원인데 이 중 약 50%가 기초·원천기술 연구개발 지원 사업에 투입된다. 기초연구는 당장 가시적인 성과를 보여주지는 못한다. 하지만 응용연구가 가시적 성과를 낼 때 그 결실이 더 크고 풍성하게 맺힐 수 있도록 밑거름이 돼 주는 게 바로 기초연구다.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 어버이날, 성년의 날, 부부의 날 등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많은 기념일이 5월에 집중돼 있다. 공교롭게도 발명의 날은 이달에 더부살이 군식구처럼 끼어 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해 보면 군식구가 아니라 거실 소파 가장 상석에 모신 귀한 손님 같기도 하다. 온 가족이 다 함께 둘러앉아 우리 가정에 있으면 좋을 만한 발명품은 무엇인지 아이디어도 내 보면서 발명과 과학의 가치에 대해서 생각해 봤으면 한다.
이걸우 한국연구재단 사무총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