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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가 영적 위로 못줘… 쇄신 나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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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수정 서울대교구장 취임
“복음 전파에 앞서 우리 스스로 먼저 쇄신하는 올바른 교회가 돼야 합니다.”

천주교 서울대교구 14대 교구장에 임명된 염수정(59) 대주교가 25일 서울 명동성당에서 열린 착좌(취임)미사를 통해 가톨릭 교단의 ‘쇄신’을 주문했다.

염 대주교는 취임 강론에서 “전임 교구장들의 헌신적인 노력으로 그동안 교세가 크게 성장했다”며 “이제 우리는 사회의 복음화보다 교회 내부의 복음화에 더 신경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부 승려의 도박 파문 등으로 궁지에 몰린 불교계를 ‘반면교사’ 삼아 강도 높은 자체 개혁을 통해 교단을 쇄신하려는 의지가 담긴 것으로 풀이된다.

염 대주교는 이어 “오늘날 교회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면서 젊은층의 교회 기피를 대표적 사례로 지목했다. 그는 “젊은이들이 교회에 가지 않는 건 심각한 문제로, 교회에 큰 책임이 있다. 생존경쟁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에게 교회가 충분한 영적 위로를 주지 못했다”고 반성한 뒤 “앞으로 청년친화적 선교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논란이 된 사후피임약 약국 판매에 대한 반대 입장도 분명히 했다. 염 대주교는 “우리 사회에 생명경시 풍조가 만연해 있다”면서 “모든 형태의 생명경시에 맞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지켜 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남북분단의 특수한 상황 때문에 서울대교구장은 평양교구장 서리를 겸하게 돼 있다. 염 대주교는 “6월25일은 우리 민족에게 잊을 수 없는 날로, 62년 전 동족상잔의 상흔이 아직도 남아 있다”며 “앞으로 평양교구장 서리로서 모든 책임을 다하겠다. 남북이 하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서울대교구 관계자는 “남북통일을 기원하는 뜻에서 일부러 6·25 기념일을 착좌미사 날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염 대주교는 경기도 안성의 독실한 가톨릭 집안에서 태어나 가톨릭대를 졸업하고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그의 고조할아버지는 1850년 조선 정부의 천주교 박해 때 순교했고, 두 동생 수완·수의도 형을 따라 사제의 길을 걷고 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서울대교구장에 임명되고 이듬해인 1969년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1998년 김 추기경에게서 서울대교구장을 넘겨받은 정진석(81) 추기경도 8년 만인 2006년 추기경에 올랐다. 이 때문에 로마교황청이 조만간 염 대주교를 한국 가톨릭 역사상 세 번째 추기경으로 지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제14대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대주교(가운데)의 착좌미사가 25일 명동대성당에서 진행되고 있다.
남정탁 기자
이날 미사에는 정몽준 새누리당 의원, 김문수 경기도지사,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등 여야 대권주자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 강기갑 통합진보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등 정당 대표와 오스발도 파딜랴 교황대사를 비롯한 외교사절도 미사를 지켜봤다. 이명박 대통령은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대신 보내 축하의 뜻을 전했다.

김태훈 기자 af103@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