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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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력 수급 불안 지속 왜?

입력 : 2012-08-08 19:23:23
수정 : 2012-08-08 19:2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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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어설픈 예측 위기 자초
폭염 누적·올림픽 시청 겹쳐
냉방용 작년보다 1.9%P 폭증
찜통더위와 열대야에 전력수급 불안이 가시지 않고 있다. 수요관리를 통해 대규모 전력을 미리 감축해둔 8일은 다행히 별다른 고비 없이 넘겼으나, 예비전력이 200만㎾대까지 떨어져 수급경보 ‘주의’가 내려진 6일과 7일의 위기가 앞으로도 언제든지 재연될 수 있다는 게 전력당국의 우려다.

전력수요 폭증을 내다보지 못한 당국의 안이한 예측이 이 같은 위기를 부른 근본적인 원인이라는 지적이다.

8일 지식경제부와 전력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말까지 폭염에 따른 전력수급 위기상황은 연일 지속될 전망이다. 전력 공급능력은 7708만㎾에서 더 이상 늘릴 수 없는 형편인데 수요는 최고 7700만㎾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 사전 수요관리를 통해 감축하지 않는 한 예비전력이 바닥나는 위기를 피할 수 없다.

이 같은 전력수급 위기는 냉방수요 폭증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력거래소가 올 여름철 들어 전력 수요가 최고에 이르는 오후 2∼3시 전체 전력수요에서 냉방용이 차지하는 비중을 추정한 결과 23.1%에 달했다. 지난해 21.2%보다 1.9%포인트 확대됐다. 가장 높은 수준인 2007년의 23%를 넘어선 수준이다. 연평균 냉방용 전력의 증가율도 두자릿수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올해는 전년보다 11.9% 늘 것으로 추정됐는데, 여름철 비가 많이 와 0.4% 줄었던 작년과 크게 대비된다.

하지만 문제는 전력당국이 이 같은 냉방용 전력 폭증을 제때 예측하지 못해 위기를 자초했다는 점이다.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령되면서 불볕더위가 시작된 것이 지난달 21일의 일이고, 서울에서 열대야가 시작된 것도 지난달 27일의 일이다.

이 같은 폭염 누적에다 올림픽 밤샘 시청까지 겹쳐 지난 6일과 7일 냉방용 전력 폭증을 예상할 수 있었지만, 전력당국은 5일까지 사전 수요관리를 통한 감축 노력에 손을 놓고 있었다. 6일 들어 주의 단계가 떨어지자 그때야 기업체를 상대로 절전 지원금을 주고 3시간 후 전력수요를 줄이는 ‘수요 자원 시장’을 열어 대응했다. 7일에는 그나마 수요관리를 통해 233만㎾를 감축했으나, 일주일 전부터 대비했다면 300만㎾는 너끈히 줄인 채 여유롭게 대비할 수 있었다는 게 전력시장 안팎의 평가다.

특히 전력당국의 안이함은 장기적인 전력수급 예측에서도 드러난다. 연초 전력거래소는 올해 최대 전력수요가 7408만㎾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으나, 이미 7일 7426만㎾까지 상승했다.

보다 근본적인 문제점은 당국이 전력수요 급증을 예견하고 이에 대비해 공급능력을 높이는 데 소홀히 했다는 점이다. 실제로 우리나라 발전설비 용량은 2008년 7249만㎾ 이후 3년 동안 5%가량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전력 최대수요는 15% 넘게 늘었다. 이에 따라 발전설비 예비율이 작년 4.1%까지 떨어져 최대 전력수요가 4%만 초과해도 정전사고를 우려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

황계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