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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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이어 가뭄 비상… 농심, 바짝바짝 마른다

입력 : 2012-08-09 06:06:22
수정 : 2012-08-09 0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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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염 19일째… ‘찔끔 비’
평년 5.7% 수준에 그쳐
울산·목포 등 강수량 ‘0’
작물 고사 전국 확산 우려
“이번 주까지도 비가 안 오면 다음주부터는 벼가 타들어 갈 거예요.”

충남 서산의 ‘벼 농사꾼’ 임양운(58)씨의 목소리에 안타까움이 배어났다. 지난봄 극심한 가뭄에 하지 못한 모내기를 지난달 초 겨우 마무리했지만 또다시 하늘이 말라 버린 탓이다. 극심한 여름 가뭄에 몸도 마음도 지쳤다. 양배추 농사를 하는 임씨의 이웃들도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뜨겁고 건조한 날씨 탓에 심으면 바로 말라버리기 때문이다.

임씨는 “장맛비 양도 적고 기간도 짧아 실망했는데 장마 뒤로는 비다운 비를 구경하지 못했다”며 “예년의 절반도 수확할 수 없을 것 같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주말 폭염이 한풀 꺾인다지만 당분간 제대로 된 비 소식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농심(農心)은 타들어가고 있다.

8일 기상청에 따르면 전국에 폭염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지난달 21일부터 전날까지 전국 평균 강수량은 7.8㎜에 불과했다. 평년(135.9㎜)의 5.7% 수준이다. 서울에는 비교적 많은 35.6㎜가 내렸지만 이마저도 평년(232.3㎜)의 26.2%에 그쳤다. 광주도 47.5㎜를 기록했지만 평년의 36.4%밖에 되지 않았다. 임씨의 동네인 서산에도 6.4㎜의 비가 내렸을 뿐이다.

대구에도 단 2㎜의 비가 내렸다. 부산에는 한 방울의 비도 떨어지지 않았다. 울산·창원·목포 등 남부지방 상당수 지역은 강수량이 제로(0)였다.

장마 이후 비가 적게 내린 탓도 있지만, 장마철 강수량 자체가 부족한 것도 가뭄의 원인이다.

올해 장마철 전국 평균 강수량은 292.1㎜로 평년(357.9㎜)의 81.6% 수준이었다. 이로 인해 전국 농업용 저수지의 평균 저수율은 59%대로 떨어졌다. 지난해보다 20%포인트 이상 낮은 수치다. 전북(51.5%), 충남(52.0%), 전남(57.8%) 등의 상황은 더욱 좋지 않다.

남해안, 영남·충청 내륙, 경기·강원 북부, 서해안 일부 지방 등은 가뭄판단지수가 ‘매우 위험’으로 접어들었다. 이 단계에서는 작물에 손실이 생기고 물부족 현상이 나타난다. 실제로 이날 전남 해남군 문내면 신흥리 혈도 간척지 5ha에 심어진 벼가 계속된 폭염을 견디지 못하고 말라죽었다. 여름 가뭄이 계속되면 이 같은 현상이 전국으로 확산할 것이라는 우려가 점차 현실로 바뀌고 있다.

기상청 관계자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경계에 걸쳐 있어야 비구름이 잘 만들어지는데 우리나라가 계속 고기압의 안쪽에 들어 있었기 때문에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다”며 “당분간 전국적인 큰비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전망했다. 오는 11∼12일 사이에 제주·경남·전남에 비가 예보돼 있지만 많은 양은 아닐 것으로 기상청은 내다봤다. 한편, 이날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4.3도로 8월 들어 처음으로 35도를 밑돌면서 폭염이 다소 수그러들었다.

오현태 기자 sht98@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