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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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명 병역혜택에 15억 포상금까지 '짭짤'

꿈은 이뤄졌다. 홍명보(43) 감독은 최고 명장의 반열에 올랐다. 그의 '아이들'은 병역 혜택이라는 실익을 얻었다. '홍명보와 아이들'은 명예와 실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올림픽축구대표팀은 11일 오전 3시45분 카디프의 밀레니엄스타디움에서 열린 2012런던올림픽 남자 축구 일본과의 동메달결정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한국 축구에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안긴 홍명보 감독은 히딩크 감독의 월드컵 4강 신화를 뛰어 넘으며 어깨를 나란히 했다. '지면 역적, 이기면 영웅'. 그 아슬했던 경계선의 단두대 매치에서 살아남으며 운명의 한일전을 해피엔딩으로 장식했다.

호각세를 보이던 일본과의 역대 올림픽 전적에서도 앞서게 됐다. 12전 5승4무4패다. 한일전이기에 단순히 1승이라는 이상의 의미가 있다. 선수들은 병역 혜택까지 얻었다는 데 더할나위 없는 기쁨을 누렸다.

물론 선수들이 병역혜택 하나만을 위해서 뛴 경기는 아니다. 올림픽이라는 큰 무대에서 한국을 대표해 뛴다는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다. 더구나 선배들이 64년 간 이루지 못한 올림픽 첫 메달의 꿈을 이뤘으니 그 기쁨과 가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다.

그러나 병역 혜택은 분명히 동기부여가 됐다.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와일드카드를 뺀 15명의 평균 나이는 22.4세다. 앞날이 창창한 이들은 모두 병역 의무를 짊어져야 할 대한민국 청춘이었다.

특히 '병역 꼼수'로 홍역을 치렀던 박주영(27·아스날)에게는 절실한 올림픽이었다. 월드컵과 관련한 병역 혜택이 사라지면서 올림픽은 사실상 병역 혜택의 막차나 다름없었다.

물론 본인 입으로 35세 이전에 현역으로 군 복무의 의무를 다하겠다고 약속은 했지만 올림픽 성적으로 혜택을 받은 상황에서도 이행하겠다는 뜻은 입밖에 내지 않았다.

겉으로 표현하지는 않았지만 '스물일곱 동갑내기 와일드카드' 정성룡(수원), 김창수(부산)도 내심 반갑기는 마찬가지다.

김기희(23·대구)는 극적으로 병역혜택을 받게됐다. 장현수(21·도쿄)의 부상 낙마로 홍명보호 최종 18명의 명단에 급하게 승선한 김기희는 일본전 종료 1분을 남겨두고 마침내 그라운드를 밟아 병역혜택을 누리게 됐다.

조별리그 3경기와 8강전과 4강전까지 총 5경기 동안 벤치만 달구다가 동메달결정전 마지막 순간에 지동원과 교체투입됐다.

병역법시행령 제47조2항(예술·체육요원의 공익근무요원 추천 등)에 따르면 '올림픽대회에서 3위 이상으로 입상한 사람(단체경기종목의 경우에는 실제로 출전한 선수만 해당한다)'라고 명시돼 있다. 단 3분여를 뛰고도 병역혜택을 받은 행운의 사나이가 됐다.

여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구단 등으로부터 관심을 한 몸에 받고 있는 기성용(23·셀틱)에게도 병역 혜택은 몸값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주어졌다.

최근 7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베팅한 풀럼까지 영입전에 합류한 상황에서 병역 문제를 해결짓는다면 기성용은 더 나은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 낼 수도 있다.

구자철(23·아우크스부르크), 김보경(23·카디프시티), 황석호(23·산프레체히로시마), 김영권(22·광저우에버그란데), 지동원(21·선더랜드), 남태희(21·레퀴야), 백성동(21·주빌로이와타)도 타 리그로의 이적 내지는 재계약시 유리한 조건으로 활용이 가능해졌다.

병역 혜택과 비교하자면 극히 미미하지만 동메달 획득에 따른 거액의 포상금도 챙겼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4월17일 제2차 이사회를 열고 2012런던올림픽 본선 및 2016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포상금 지급안을 의결, 일찌감치 발표했다. 동기부여에 힘을 보태기 위해서다.

이에 따르면 올림픽대표팀이 동메달 획득시 15억2000만원을 받게 됐다. 물론 이는 올림픽대표팀에 배정된 금액으로 감독과 코치, 선수들이 나눠 갖는다.

홍명보(43) 감독 1억원, 김태영(42) 코치는 8000만원, 박건하(41) 코치는 7000만원을 받는다. 선수들은 활약도에 따라 A~D등급으로 차등 지급을 받게되는데 가장 활약도가 뛰어난 A등급의 선수는 7000만원을 받고 그 다음으로는 각각 6000만원, 5000만원, 4000만원씩을 챙긴다.

또 하나 더 있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 주는 연금 혜택이다. 18명 전원은 올림픽 동메달을 목에 걸면서 연금점수 40점과 동시에 매월 52만5000원의 연금을 받게 됐다.

만일 일본에 패해 이번 올림픽을 4위로 마쳤으면 연금혜택은 못받는 상황이었다. 점수 20점 이상을 채워야 연금을 지급한다는 조건에 의해서다. 올림픽 4위에 걸린 연금 점수는 8점이다.

지난 2010광저우아시안게임 동메달 획득 당시 활약했던 9명의 선수는 연금점수 1점을 이미 확보한 상태여서 41점에 따른 매월 53만2500원을 받는다. 나머지 9명의 선수들보다 7500원씩 더 받는다.

이범영(23·부산), 김영권(22·광저우에버그란데), 윤석영(22·전남), 오재석(22·강원), 구자철, 기성용, 김보경, 박주영, 지동원 등 9명이 대상자다.

병역 혜택에 연금 혜택에다가 무엇보다 축구 역사에 길이 남을 첫 동메달까지, 홍명보호는 지금 엄청 기쁘다.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