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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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사 지우기 양심 팽개친 日

“모든 사죄 담화문 수정”
노다 이어 아베도 망언
정부 “반성 무효화 행위”
일본이 거꾸로 가고 있다. 침략전쟁에 대한 반성문을 뜯어고쳐 과거사를 지우려는 작태다. 특히 일본 정치지도자들이 퇴행을 주도해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일본 사회의 집단적인 우경화에 브레이크가 없는 셈이다.

일본 정치지도자의 ‘과거사 망언’은 절정에 이르고 있다.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총리가 위안부를 강제 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강변한 데 이어 자민당 총재경선 출마를 가시화한 아베 신조(安倍晋三·사진) 전 총리는 과거사 및 위안부 관련 역대 일본 정부의 담화를 모두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베 전 총리는 28일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자민당이 재집권하면 동아시아 외교를 다시 세울 필요가 있다”며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담화와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담화,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담화 등 모든 담화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과거 자민당 정권 시대에 했던 것도 포함해 주변국에 과도하게 배려한 것이 결국 우호로 연결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정부는 1982년 역사교과서 파동이 일자 미야자와 기이치 당시 관방장관의 담화를 통해 “아시아 주변국을 배려한 교과서 기술을 하겠다”고 밝혔다. 1993년 고노 담화에서 일본군 위안부의 강제성을, 전후 50년을 맞아 발표한 1995년 무라야마 담화에서는 아시아 각국에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 마음으로부터 사죄와 반성을 표명했다.

아베 전 총리의 이 같은 발언은 그간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각국의 요구로 과거사 및 위안부 문제에 대한 사과와 사죄를 담은 일본 정부의 입장을 부정하겠다는 것으로, 아시아 각국의 반발이 예상된다. 일본의 아시아 식민지배와 전쟁 책임 등에 대한 사과와 사죄를 담은 이들 담화는 정권 교체와 상관없이 일본 정부의 기본방침으로 고수돼 왔다.

아베 전 총리는 2007년 “일본이 강제로 위안부 여성들을 끌어들였다는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망언을 해 파문을 일으킨 대표적인 보수인사로,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禎一) 자민당 총재의 지지율이 30%대에 머물면서 총재 출마가 가시화하고 있다. 자민당이 차기 총선에서 3년 만에 정권을 탈환할 것이 확실시돼 이번 총재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차기 총리가 될 수도 있다.

일본 정치권을 중심으로 이처럼 망언이 쏟아지는 이유는 일본의 전반적인 보수화 속에서 그동안 버팀목을 해주던 민주당과 정부마저 정권 연장과 총선 등을 겨냥해 ‘애국주의 포퓰리즘’에 빠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조태영 외교통상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일본의 책임 있는 지도자가 전시 여성 인권을 유린한 중대범죄인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동원의 강제성을 부정하는 것은 과거 사과의 반성을 무효화하는 행위로밖에 볼 수 없다”고 반발했다.

김동진 기자, 도쿄=김용출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