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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촉박한 恨풀기… 日에 청구권 공세·국제사회 호소 양면전략

헌재 ‘위안부 정부노력 소홀 위헌’ 결정 1년… 향후 대응은
일본의 과거사 망언이 국제사회에서 용인되는 금도(禁度)를 넘어서고 있다. 일본의 전·현직 총리와 각료들이 일본군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을 잇따라 부인하더니 급기야 지난 20여년간 일본 스스로 발표한 식민지배 사과 담화를 한낱 ‘휴지 조각’으로 만들려는 ‘극우정치쇼’까지 벌이고 있다. 위안부 피해자의 분노는 하늘을 찌르고, 한(恨)은 더 깊어지고 있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8월30일 ‘정부가 위안부 문제 해결에 구체적인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은 위헌’이라는 결정을 할 때만 해도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69명이었다. 1년이 지난 지금 피해당사자는 60명밖에 남지 않았다. 시간은 촉박하다. 정부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피해자단체·시민단체와 연계, 일본을 압박하는 외교적 노력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 당국자는 28일 “위안부 문제를 비롯한 과거사는 한·일 양국이 미래지향적 관계로 발전하는 데 있어 반드시 풀고 넘어가야 할 과제”라며 “일본의 무성의한 자세에 대단히 실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정부가 헌재 판결을 이행하는 차원에서 전면적인 노력을 해나가는 동시에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노력도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다뤄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일본은 마이동풍이다. 정부가 지난해 9월15일과 11월15일 두 차례에 걸쳐 일본에 외교공한을 보내 협의를 제안했지만 일본은 거부했다. 정부는 다음 단계로 한·일청구권협정 제3조 2항에 따라 중재위원회에 회부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시기와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

일본의 ‘배째라식’ 대응은 갈수록 태산이다. 노다 요시히코 총리가 27일 “일본이 위안부를 강제동원한 증거가 없다”고 발언한 데 이어 28일에는 일본 자민당의 핵심인물인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자민당이 재집권하면 무라야마 담화와 고노 담화를 모두 고치겠다”고 말했다. 과거 일본 군국주의 침략에 피해를 입은 주변국을 향해 ‘무엇을 반성하느냐’며 되받아치는 일본 정치 지도자의 몰염치한 발언이다.

우경화하는 일본의 움직임으로 인해 정부 노력이 일본의 반성을 이끌어내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외교통상부의 김영원 한·일청구권협정 전담대사는 이와 관련,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 의회에서는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일본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며 “인권이 걸린 위안부 문제를 두고 국제사회의 관심이 끊이지 않도록 계속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역사문제연구소 등 10개 시민단체와 연구자·시민 등 163명은 이날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일본의 한국 강제병합 102년, 한국 시민사회 성명서’를 내고 “20년 이상 진실규명을 외쳐온 피해자가 있고 일본군 가해자의 고백도 있다. 2000년에는 12개국 피해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성노예 전범 국제법정에서 유죄선고까지 받았는데 더 이상 어떤 증거가 필요한가”라며 일본 정부의 퇴행적 역사인식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김동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