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관대한 처벌이 악마 키운다

한해 2000여명 성범죄에 짓밟히는 어린 영혼들
가해자 절반이 고작 집유…평균형량도 3∼4년 불과
평생 신체·정신적 상처…전문가 “영혼에 대한 살해”
어른들의 추악한 성범죄에 영혼을 짓밟히는 아이들이 늘고 있다. 성범죄에 너그러운 사회 분위기와 관대한 처벌, 느슨한 범죄자 관리가 원인이다.

전남 나주 초등학생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계기로 한동안 잊고 있던 ‘조두순 악몽’이 되살아나고 있다. 전과 14범이었던 조두순은 2008년 12월 등교하는 여덟 살 여아를 인근 상가로 끌고가 성폭행해 신체 일부 기능을 영구 상실케 했다. 이를 계기로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처벌이 강화됐지만 성범죄는 줄지 않고 있다.

피해 아동은 몸과 마음에 한평생 상처를 안고 가야 하지만, 가해자에 대한 처벌은 여전히 가벼운 수준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들은 아동성범죄는 단순한 범죄가 아니라 ‘영혼 살해’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31일 경찰청에 따르면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한 강간과 강제추행 등 성범죄 발생건수는 지난해 2054건을 기록해 2007년 857건의 두 배가 넘었다. 여성가족부 조사에서는 아동성범죄 피해자 평균 연령이 2000년 15.3세에서 2010년 14.6세로 낮아지는 추세다. 희생양이 되는 아동의 나이가 갈수록 어려지고 있다는 의미다.

피해 아동이 감당해야 하는 상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다.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아동성범죄자 중 말로 아이들을 꾀어 욕망을 채운 경우는 한 차례도 없었다. 대부분 흉기를 들이대고 주먹질을 해댔다. 아동성범죄는 특히 신체적으로 미숙한 아이들을 상대로 하기 때문에 가해 정도가 더 크다. ‘조두순사건’의 피해자 어린이는 초기에 신체의 주요 기능을 상실했다.

더 큰 문제는 피해 아동이 스스로 감당하기 힘든 정신적 충격에 시달린다는 점이다. 자살, 약물복용, 현실감각 상실로 이어진다. 정신적 장애를 호소하고 심리상담을 하더라도 회복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아동성범죄자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거꾸로 가고 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의 ‘2010년 연간보고서’에 따르면 13세 미만 아동 대상 성범죄자에 대한 집행유예 선고 비율이 54.6%에 달했고, 평균 형량도 징역 3.41년에 불과했다.

안성훈 형사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아동성범죄자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기보다 약자인 아동을 범행 대상으로 삼는 것”이라면서 “재판을 통해 정신적인 문제가 발견되면 치료감호소로 보내는 적극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