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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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성폭행' 아이 母 오락가락 진술, 알고보니

경찰 부실수색 논란
전남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피해자 A양의 어머니가 경찰 조사에서 진술한 범행 시점과 실제 범행 시점이 다른 것으로 밝혀져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경찰은 A양 어머니 진술을 토대로 수사를 벌이다 혼선을 빚기도 했다.

◆A양 어머니의 오락가락 진술


실종 신고를 한 A양의 어머니는 경찰 조사에서 30일 새벽 2시30분 PC방에서 집으로 돌아왔을 때 자녀 4명 모두 잠자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30분 후인 새벽 3시쯤 아이의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깼을 때 출입구 맨 안쪽에 자고 있던 셋째딸 A양이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어머니의 진술대로라면 A양이 사라진 시점이 이날 새벽 2시30분∼3시 사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범인 고종석이 A양의 어머니와 같이 있다가 이날 새벽 1시30분쯤 PC방을 나간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고종석은 이때부터 A양 어머니가 귀가한 새벽 2시30분 1시간 사이에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보인다.

나주의 여자초등학생을 성폭행한 고종석이 평소 자주 다니던 골목길. 31일 검거된 그는 범행시 이 길을 이용했다.
나주=연합뉴스
그는 경찰 조사에서 새벽 1시30분 이전에 범행했다고 진술했다. A양 어머니는 추가 경찰조사에서 PC방에서 귀가한 시간에 대해 언제 들어왔는지 모른다거나 헷갈린다고 당초 진술을 번복했다. A양 어머니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새벽 2시30분에 집에 들어왔을 때 아이 4명 모두가 자고 있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A양 어머니의 오락가락 진술을 놓고 경찰은 왜 그랬는지 캐물었다고 한다. 경찰은 A양 어머니가 정말 귀가한 시간을 몰랐는지, 알고도 거짓 진술을 한 것인지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지척에 놔두고 5시간 허탕친 경찰

경찰은 30일 오전 7시30분 실종신고를 받고 1차로 나주경찰서 소속 강력팀과 과학수사대 형사, 전경 등 50여명을 현장에 배치하고 순천에서 전경 2개 중대를 지원받아 수색을 벌였다. 수색에 나선 200여 명은 A양의 집에서부터 영산강 천변 일대를 거슬러 올라갔지만 A양을 찾지 못했다. 전경대원이 A양 집에서 불과 200m 떨어진 지점에서 A양을 찾은 것은 오후 1시쯤이었다. A양 어머니가 딸이 거실에 없는 것을 안 지 10시간, 경찰이 수색에 나선 지 5시간30분 만이다.

발견 당시 A양은 인도 위에서 이불을 뒤집어쓴 채 누구나 찾을 수 있는 곳에 있었다. 실제 한 20대 여성이 이날 오전 10시 30분쯤 자전거를 타고 현장을 지나가다 A양을 봤으나 아이가 뭘 잘못해서 벌을 받겠거니 하고 별다른 조치 없이 지나쳤던 것으로 밝혀졌다. 그러나 경찰은 ‘등잔 밑’에 있는 A양을 찾지 못했다. 경찰은 그시간 범인이 차량으로 이동했을 것으로 판단하고 집과 먼 거리로 수색범위를 확대하기까지 했다.

나주=류송중·한현묵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