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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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들의 분노… “그놈들 모두 사형시킬 수 없나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그놈 죽여야 한 풀릴 것 같다”
아버지들의 심정은 똑같았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어린 딸에게 ‘몹쓸 짓’을 한 범인을 향한 분노는 하늘을 찔렀다.

“야수 같은 놈들 모두 사형시킬 수 없나요.”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한 뒤 피해자 A양의 아버지와 조두순 사건, 김점덕 사건, 김길태 사건 피해자 아버지들은 억장이 무너진다며 가슴을 쳤다. “재발을 막으려면 성폭행범에 대해 법정 최고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말했다.

뻔뻔한 재연 전남 나주 초등학생 납치 성폭행사건 범인 고종석이 1일 오전 열린 현장검증에서 피해자 A양의 집에서 나오는 장면을 재연하고 있다.
나주=연합뉴스
나주 초등생 A양의 아버지는 2일 “시간이 지나도 딸의 불안증세는 가라앉을 줄 모른다”며 분노를 토해냈다. 그는 “내 딸 인생을 망쳐 놓은 그놈을 죽여야 직성이 풀릴 것 같아요. 모르는 사이도 아닌데, 어떻게 우리 딸에게 이런 짓을 저지를 수 있느냐”며 울먹였다.

그는 이번 사건의 담당 경찰에게 “그놈을 조사할 때 제발 혼쭐을 내달라”고 간청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딸이 평생 고통을 안고 살아가야 된다는 점이다. “이미 알려질 대로 다 알려져 버려 너무 괴롭다”며 “아이가 커서 이런 사실을 알게 될 때 받을 충격을 생각하면 잠이 안 온다”고 가슴을 내리쳤다.

A양 아버지는 성폭력전문기관의 상담사에게서 “A양은 꾸준한 치료가 필요하다”는 말을 듣고 걱정이 태산이다. 어려운 가정살림 탓에 딸을 제대로 보살펴 줄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2008년 안산에서 발생한 조두순 사건 피해자(당시 8세)의 아버지(59)도 동병상련의 마음에 밤잠을 설쳤다. 그는 1일 “나주 성폭행 사건 범인을 제발 사형시켜달라”고 했다. 그는 나주 사건을 접한 뒤 충격을 받아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고 했다.

그는 “4년 전 악몽을 잊을 만하면 태풍이 몰아치곤 한다. 이럴 때마다 아이 엄마도 저도 분노가 폭발한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피해자가 더 나와야 하느냐”고 말했다. 그는 “조두순 같은 아동 성폭행범은 영원히 격리돼야 한다”며 “정부와 정치권에서 피해자 가족처럼 가슴에 응어리가 있다면 지금과 같은 정책을 펴겠느냐”고 했다. “조두순 사건 이후 성폭행범 처벌을 위한 화학적 거세법 등 여러 대책이 나왔지만 진정성 없이 국민달래기식 정책을 내놓다 보니 이런 일이 계속 터지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그는 “성폭력 업무를 전담하는 ‘붙박이 공무원’을 뽑아 공직생활 동안 정책 개발, 우범자 관리나 처벌 등 관련 업무를 전담해야 정책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정부에 제안했다.

그는 딸이 심각한 성폭행 후유증에 시달리다 배변주머니를 제거하고 얼마 전부터 정상적으로 학교생활을 하며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는데 나주 사건이 터져 조만간 집중심리치료를 받도록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지난 7월 통영에서 발생한 김점덕 사건으로 희생된 초등생의 아버지(58)도 “성폭행 범인들은 전자발찌를 채우고 감시해도 언젠가는 또 같은 범죄를 저지른다”며 “사형시키는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내일이 딸의 49재 마지막 날이다. 어린 딸을 지켜주지 못한 것이 너무 한스럽다. 딸이 웃으며 뛰어다니는 모습이 눈에 선한데…”라며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쏟았다.

지난해 부산에서 발생한 김길태 사건 희생자(당시 13세)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당시 악몽을 떠올리기 싫은 듯 한숨을 쉬며 “드릴 말씀이 없네요”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안산·나주=김영석·류송중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