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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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野, 나라 곳간 어떻게 되건… 무상보육비 증액 '票퓰리즘 한통속'

0∼2세 무상보육 폐지… 국감 첫날부터 맹공세
복지위 예산증액 결의…"공짜복지로 대선 매표"
정쟁으로 날을 지새우던 여야가 모처럼 한목소리를 냈다.

국정감사 첫날인 5일 전면 무상보육 폐지 방침을 밝힌 정부를 향해 의원들이 날선 비판을 쏟아냈다. 이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내년도 무상보육 예산 증액을 결의했다. ‘복지 포퓰리즘’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대선을 앞두고 나라 곳간을 허물어 선심정책을 펴겠다는 심산이다.

이날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감에서 여당인 새누리당 류성걸 의원은 “정부의 무상보육 폐지는 잘못된 결정”이라고 맹공했다. 같은 당 최경환 의원은 올해 0∼2세 전면 무상보육 시행에 부족한 예산과 관련해 중앙·지방정부가 조속히 합의하라고 밀어붙였다.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인 문재인 의원도 가세했다. 문 후보는 재정부 국감에서 “우리나라 재정규모상 그 정도를 감당 못할 것이 아닌데 처음에 얼마나 보육시설을 이용할지 예측을 잘못한 탓에 파탄이 난 것 아니냐”고 했다. 이날 복지위의 복지부 국감에서도 여야 의원들은 내년도 무상보육 실현을 위해 관련 예산을 대폭 늘리기로 결의했다. 오제세 위원장은 “영유아 무상보육을 100% 전면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 모든 당의 공통된 의견인 만큼 이에 필요한 예산 증액을 결의한다”고 선언했다.

임채민 복지부 장관이 “정부의 예산안을 내놓은 지 며칠 되지도 않아 철회하라는 것은 주무장관으로서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그는 여야 의원의 거친 목소리에 힘을 잃었다.

정부는 지난달 24일 현행 0∼2세 유아에 대한 전면 무상보육 정책을 내년 3월부터 폐기하고, 소득 하위 70%에만 양육보조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같은 방침은 정치권의 요구대로 무상보육이 전면 시행되면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건전성까지 크게 나빠질 수밖에 없는 현실을 감안한 조치다.

정부의 재정건전성은 이미 악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내년 예산안 발표에서 내년 관리재정수지 2000억원 흑자 달성 계획을 포기했다. 재정 역할의 일부를 민간금융으로 떠넘기는 ‘꼼수’까지 동원했지만 내년 4조8000억원 적자가 날 판이다.

복지제도를 확충하지 않고 현행대로 유지하더라도 4년 후에 정부가 반드시 지출해야 하는 복지비용이 20조원 늘어난다는 분석도 있다. 국가채무는 올해 445조원으로 불어난 상태다. 올해 이자로만 서울시 예산보다 많은 22조원을 지출해야 하는 처지다.

이재웅 성균관대 명예교수(경제학)는 “재정은 남유럽 사태에서 보듯 나라 살림을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인데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그것까지 허물겠다는 것은 복지를 빌미로 매표를 하자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귀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