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찍이 아시아의 황금시기에 빛나던 등촉의 하나인 코리아.” 인도 시인 라빈드라나트 타고르의 눈에 비친 한국의 얼굴이다. ‘동방의 등불’이라고 했다. 공자의 자손인 공빈은 동방예의지국이라고 했다. 동이열전에서 “군대가 비록 강했지만 남의 나라를 침범하지 않았다”고 칭찬했다.
쇄국정책이 추진됐던 19세기 이미지는 다르다. 미국인 윌리엄 엘리엇 그리피스는 ‘은둔의 나라’라고 했다. 1882년 간행된 ‘Corea, the Hermit Nation’에서다. 이 책은 북미에서 일본의 조선 침략을 암묵적으로 동의해주는 여론을 형성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북한을 은둔의 나라로 부른다.
명왕성 발견에 기여한 천문학자 퍼시벌 로웰은 1886년 ‘조선: 고요한 아침의 나라(the Land of Morning Calm)’라는 책을 썼다. 조선(朝鮮)을 한자말 그대로 번역했다. 본격적으로 한국을 외국에 소개한 첫 사례이다.
독일 신부 노르베르트 베버는 1915년 ‘고요한 아침의 나라에서(Im Land der Morgenstill)’라는 여행기를 남겼다. 같은 제목으로 흑백 무성영화도 만들었다. 30년 뒤 J. 게이드와 E. R. 스콧은 ‘고요한 아침의 나라: 옛 조선’이라는 회고록을 썼다. 초기 여행기의 그림자는 길었다. 88올림픽 때까지 외신들이 ‘고요한 아침의 나라’로 소개할 정도였으니 말이다. 국적항공기인 대한항공의 일등석은 ‘모닝캄’이다.
수동적이고 폐쇄적인 이미지가 불리할 때도 있다. 한 국내 가전업체가 영국 백화점에 LCD 제품을 납품했는데 잘 팔리지 않는다며 ‘Made in Korea’를 지워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2002년 월드컵대회를 앞두고 이미지 대변신이 추진됐다. ‘다이내믹 코리아’의 탄생 배경이다. 우리 스스로가 만든 슬로건이다. 성공 여부를 논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는 최근 한국을 두 얼굴을 가진 나라라고 보도했다. 한강의 기적을 이룬 반면 자살률이 리투아니아에 이어 세계 2위라는 점을 지적했다. 치열한 경쟁의식을 빗대 이륙하는 비행기로 비아냥댔다. 수년 뒤 제 고도에 올랐을 때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한용걸 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