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세종대왕함 94초 만에 포착… 탐지구역 벗어나자 美서 추적

입력 : 2012-12-13 01:32:05
수정 : 2012-12-13 01:32:05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고도 98㎞서 1단 분리 성공… 8분여 만에 오키나와 통과
필리핀 근해 2단 추진체 낙하… 9분27초 후 우주궤도 진입
북한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 발사장은 긴장감으로 가득차 있었다. 평양에 소재한 발사종합지휘소(관제센터)에도 침묵이 흐르고 있었다. 발사를 진행하라는 명령이 떨어지면서 또다시 실패할지 모른다는 부담감이 동창리 발사장과 평양의 발사지휘소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었다.

발사대에 세워진 길이 30m, 무게 92t의 흰색 로켓에는 ‘은하 3호’라는 명칭이 새겨져 있었다. 이른 아침의 추위가 잦아들던 오전 9시49분46초. 1단 추진체 노즐에서 시뻘건 화염이 일더니 로켓은 하늘로 솟구쳐 오르기 시작했다.

이상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 상황을 유추해 구성한 것이다.

클릭하면 큰 그림을 볼 수 있습니다

발사 후 남쪽으로 방향을 잡은 은하 3호는 서해를 남북으로 가로지르며 고도와 속도를 높여갔다.

우리 해군은 서해와 제주도 남방 해상에 세종대왕함·서애류성룡함·율곡이이함 등 이지스함 3척을 배치해 미사일 발사에 대비했다. 세종대왕함이 9시51분20초에 은하 3호를 포착했다.

세종대왕함에 탑재된 첨단레이더(SPY-1)는 탐지거리가 1000㎞나 되지만 지구 표면이 둥근 탓에 지표면에서 일정 정도 높이의 고도에 도달해야 발사체를 포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식별까지는 약 94초가 걸렸다.

은하 3호는 발사 2분42초(162초) 만에 1단 추진체 분리에 성공했다. 1단 추진체는 본체에서 떨어져 나와 서해 상공에서 6분2초간 자유낙하해 변산반도에서 서쪽으로 138㎞ 떨어진 가로 38㎞, 세로 83㎞의 해역에 4조각으로 떨어졌다. 낙하 시점은 9시58분30초였고 북한이 발표한 낙하 예상 구역 안이었다.

이후 위성덮개인 페어링도 제주도 서쪽 86㎞ 지역에 낙하했다. 앞서 2단 추진체가 점화된 은하 3호 로켓은 9시53분28초에 백령도 상공을 통과했다. 동창리 발사장에서 189㎞ 떨어진 곳이었고 고도는 180㎞였다.

점점 가속도가 붙은 은하 3호는 제주도 서쪽 236㎞ 해상에 떠있던 서애류성룡함의 레이더에 흔적을 남기며 9시58분26초 일본 오키나와 상공을 지났다. 일본 전역에 긴장감이 감도는 순간이었다. 일본은 여차하면 미사일을 요격하기 위해 동해와 동중국해 등에 이지스 구축함 3척과 수도권·오키나와 주변 등 7곳에 요격 미사일인 패트리엇을 배치해둔 터였다. 하지만 요격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발사 최초 탐지한 세종대왕함 12일 북한 장거리 미사일 ‘은하 3호’의 발사를 최초로 탐지한 세종대왕함.
세계일보 자료사진
우리 군의 탐지 범위를 벗어난 은하 3호의 추적은 미군 정찰기인 코브라볼(RC-135s)과 필리핀 인근 해역에 배치된 탄도미사일 탐지 레이더 SBX-1(해상기반 X-밴드 레이더)이 이어받았다.

발사 15분이 지난 오전 10시5분쯤 2, 3단 로켓 분리에 성공한 은하 3호는 필리핀 동쪽 약 136㎞ 해역에 2단 추진체를 떨어뜨린 것으로 알려졌다.

잠시 뒤 미국 북미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북한의 은하 3호 로켓이 탑재물(위성)을 성공적으로 궤도에 올렸다고 밝혔다. 북한도 발사 9분27초 뒤인 오전 9시59분13초에 광명성 3호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고 발표했다.

북한이 1, 2, 3단 로켓의 성공적 분리를 통해 장거리 미사일 기술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와 주변국에 위협요인이 더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안두원·엄형준 기자 flyhig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