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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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미사일 수리 한다더니, 밤새 재조립해 발사?

입력 : 2012-12-13 08:33:57
수정 : 2012-12-13 08:3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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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장거리 미사일을 수리하기 위해 발사대에서 내렸다고 알려진 지 하루 만인 12일 오전 미사일을 전격 발사한 것을 두고 군 안팎에서 의문이 꼬리를 물고 있다.

먼저 북한의 은하 3호 미사일이 실제로 해체돼 조립동으로 옮겨졌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기습 발사를 둘러싼 궁금증을 풀 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군 관련기관 미사일 전문가는 12일 “미사일을 전날 해체했다가 다음날 오전까지 재조립해 발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각에서 여분의 미사일을 밤새 조립해 발사했다는 관측도 있지만 이런 작업은 매우 위험해 설득력이 떨어진다”고도 했다. 이 같은 설명을 종합하면 북한이 처음부터 미사일을 해체하지 않았다는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긴박한 NSC 이명박 대통령(가운데)이 12일 오전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를 열어 류우익 통일부 장관(왼쪽부터), 김황식 총리, 김성환 외교장관, 김관진 국방장관 등과 함께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대응책을 논의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미사일 해체가 아니라면 11일 정부 소식통이 언급한 ‘북한 미사일 해체 징후’와 정면 배치되는 상황이다. 당시 군 고위 관계자도 북한이 미사일을 해체해 발사대에서 내렸다는 언론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한술 더 떠 동창리 발사장의 13∼15일 기상 악화까지 거론하며 당분간 미사일 발사가 실행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여기에 국방부는 북한이 발사 예고기간을 29일까지로 연장한 데 대해 통합위기관리 태스크포스(TF)의 책임자를 소장에서 준장으로 격하시키는 등 대응태세를 완화하는 모습도 보였다.

이랬던 군의 분위기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한 12일 180도 달라졌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예측하지 못하고 정보 수집과 판단에 구멍이 뚫린 것 아니냐는 지적에 부심한 것이다.

국방부 김민석 대변인은 북 미사일 발사를 공식 발표하는 자리에서 “어제 오후부터 (발사 조짐이) 포착됐는데, 발사대를 둘러싸고 있던 위장막 속에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이 장착돼 있는 것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국방부 관계자도 “군은 합참 작전지휘실에서 모두 대기했다”며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을 관찰하고 있었고, 언제 발사할지 경계를 늦추지 않고 계속 지켜보고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발사를 준비하는 과정이 어제부터 있었다”면서도 “(발사가) 임박했다는 부분은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정부 관계자는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는 임박한 징후는 포착하지 못했다”며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다른 관계자도 “1단 로켓 엔진에 문제가 있었고 북한도 발사기간을 일주일 늦춰 이번 주 발사할 것으로는 사실상 판단하지 못했다”면서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라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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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혼선은 일본에서도 감지됐다. 일본 모리모토 사토시 방위상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발사대에 놓여 있던 미사일을 제거했다는 사실은 확인했다”며 “(해체했던 미사일을) 수리했는지, 전혀 다른 것을 조립해서 발사했는지는 분석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혼선을 설명하려면 미사일이 해체되다가 돌연 작업이 중단됐다는 절충적 시각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이 미사일을 해체해 결함을 보완하는 과정에서 문제점이 의외로 쉽게 해결돼 북한 지도부가 즉각 발사를 명령했다는 가정하에서 나올 수 있다. 이래저래 궁금증이 남는 대목이다.

안두원 기자 flyhigh@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