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는 처음 발표한 예고 기간(10∼22일) 안에 포함됐지만 ‘기습’으로 받아들여진다. 북한이 9일 이후 발사시기 조절과 기술 결함을 잇달아 발표하면서 ‘연내 발사 불가능’ 쪽에 실렸던 예상을 일거에 뒤집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처음부터 모든 것을 계산하고 위장전술을 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미사일 발사 준비가 계획대로 진행되고 있음에도 기술 결함을 언급하며 발사기간을 연장해 우리 정부와 주변국을 ‘심리적 무장해제’를 시켰다는 것이다. ‘깜짝 쇼’ 효과를 극대화한 셈이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북한이 위장전술을 쓴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북한이 시간을 벌기 위해 결함이 발견됐다며 발사기간을 연장한다고 발표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미사일 발사 예고와 발사시기 조정 검토도 토요일 오후와 일요일 새벽 등 긴장감이 떨어지는 시간대를 골라 발표했다.
그러나 단순히 ‘시기가 맞아서’ 발사했을 가능성도 높다. 기술적 결함이 생각보다 심각하지 않아 문제를 빨리 수정해 발사를 연기할 이유가 없어졌다는 의미다.
여기에 17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의 1주기에 앞서 성과를 과시하고 싶은 심리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위원장이 주요 유산으로 인공위성 발사를 꼽아온 만큼 미사일 발사는 김 위원장 1주기와 김정은 체제 출범 1년을 기념하는 대형 조포와 축포의 성격을 갖는다.
북한은 1일 미사일 발사를 예고하며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 동지의 유훈을 높이 받들어 우리나라에서 자체의 힘과 기술로 제작한 실용위성을 쏘아올리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상황에서 마침 12일 날씨가 맑고 추위가 주춤하면서 시점이 맞아떨어졌다는 것이다. 발사지역인 평안북도 철산군은 13일부터 흐려지기 시작해 14, 15일에는 눈비가 예고됐다.
북한 조선중앙TV는 이날 ‘특별방송’을 긴급 편성해 발사 성공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조선중앙통신도 발사 후 1시간30분 만인 오전 11시23분 발사 소식을 전하며 “위성은 예정된 궤도에 진입했다”며 성공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평양방송도 비슷한 시간 장거리 미사일 발사 성공을 처음 전한 뒤 여러 차례 보도했다. 이는 4월13일과 2009년 4월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린 뒤 4시간 만에 보도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대내용 매체에서 미사일 발사를 처음 전한 것도 눈에 띈다. 북한은 그동안 대내용 매체에서는 미사일 발사 내용을 일절 전하지 않았지만, 이날 대내용 라디오인 조선중앙방송을 통해 주민에게 처음으로 알렸다. ‘세계 10번째로 자체의 힘으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린 우주강국’ 이미지를 통해 북한 주민의 결속을 다지고 김정은 체제에 대한 충성심을 높이도록 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정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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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발사 강행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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