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 홍역’ 朴, 새 총리 후보는 그물망 검증 가시화

공적시스템 활용 여부 관심
靑 협조 의사 불구 요청 안할 듯
관련부처 정보 통해 진행 예상
재지명도 법조인 출신 가능성
조무제·김능환 등 다시 하마평
일각 김황식 총리 유임설 제기

김용준 국무총리 후보자의 자진사퇴를 계기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초대 총리 후보 인선 스타일 변화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주요 관전 포인트는 ‘밀봉 인선’ 대신 공개 검증 절차를 두느냐, ‘비선팀’이 아닌 공적 시스템을 활용하느냐 여부다.

보안을 최우선시한 지금까지 인선은 박 당선인의 최측근 몇 명을 중심으로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새 정부 ‘1호 인사’인 김 후보자의 낙마로 검증 미흡에 비난이 쏟아졌다. 밀봉·사적 인선에 따른 후보자 선발과 검증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지적이다.

인수위 안팎에서는 박 당선인이 새 총리 선발 과정에 역대 정권이 축적한 인사 시스템의 조력을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집권 초기부터 공직자 인사 파동을 겪은 현 정부는 후보자 자필로 작성된 재산형성 과정과 병역 등 200개 질문이 담긴 ‘고위 공직 예비 후보자 인사검증 사전 질문서’를 바탕으로 검증을 진행한다. 청와대는 인수위 측 요청이 있으면 검증 자료를 제공하겠다는 방침이지만 박 당선인 측에서 아직 요구가 없다고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박 당선인 측이 왜 청와대와 인사 검증을 함께 안 하려는지 모르겠다. 청와대의 인사검증시스템이라는 공식적인 툴을 사용하면 (문제가 있는 인사는) 어느 정도 스크린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2008년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년간 국가정보원, 경찰, 국세청, 병무청, 금융감독원 등의 자료와 자체 검증으로 1만명이 넘는 인사의 가족관계, 재산·납세 현황 및 재산형성 과정의 문제점, 병역의무 이행, 전과 및 징계 여부 등을 담은 인사검증파일을 축적했다. 인사기획관실에는 이와 별도로 정부가 가지고 있는 공직자의 기본적인 인적사항, 학력, 경력, 전과 여부 등을 담은 20만명 상당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박 당선인이 이명박 정부 청와대 가 보유한 존안 파일을 활용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그 대신 국가정보원과 행정안전부, 국세청 등 관련 부처 정보망을 최대한 활용해 그물망 검증을 진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수위 법률에 따르면 관련 부처는 당선인 요청에 따라 검증자료를 제공하고 인원을 지원할 수 있다. 박 당선인이 검증팀의 구성과 역할을 분명히 해 사후 문제 발생 시 책임지게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오른쪽)와 이한구 원내대표가 30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회의 자료를 함께 들여다보고 있다.
연합뉴스

새 총리 후보군으로는 여전히 법조인 출신이 우선시되는 분위기다. 국민 안전과 경제부흥을 국정의 두 가지 중심축으로 설정한 박 당선인이 ‘총리-경제부총리 2원 체제’를 고수할 가능성이 큰 때문이다. 무난한 국회 인사청문회 통과를 염두에 둔 청빈형, 도덕적 무결격자를 최우선 인선 기준으로 삼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내각 제청권 행사를 위해선 2월 초에 총리가 발표돼야 하기 때문에 검증에 소요되는 시간을 감안하면 새 인물보다는 기존에 거론된 인물군에서 선별 작업이 이뤄질 공산이 크다. 조무제 전 대법관, 김능환 전 중앙선관위원장 등이 다시 하마평에 오르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김 전 선관위원장은 이날 선관위 직원들에게 “총리 제의를 받은 적도 없고, 제의가 오더라도 응할 생각이 없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김황식 현 총리의 유임설도 제기된다. 인사청문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박 당선인이 국무위원 인선 등 다른 국정 준비에 주력하도록 시간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와 선을 긋고 있는 상황에서 새 정부 출범 분위기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

김청중·나기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