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AP에 따르면 교황 선출권을 가진 추기경들은 자신들의 이해에 가장 부합하는 교황을 선출하기 위해 치열한 막후교섭을 벌이고 있다. 추기경들은 이날 마지막 전체회의를 열고 차기 교황이 갖춰야 할 자질과 교황청이 나아가야 할 방향 등을 논의했다. 외신들은 콘클라베가 최소 3일 이상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유력한 교황 후보가 없는 데다 개혁·보수파 간 표대결 양상까지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차기 교황이 대중 친화적이되 관리자형이길 바라는 교황청 관료집단(쿠리아)과 가톨릭의 온갖 부패, 추문을 일소할 지도자형을 원하는 비유럽권 개혁세력 간 대결구도가 눈에 띈다. 통신은 쿠리아가 교황청과 관계가 원만한 브라질의 오질루 페드루 셰레르(63) 상파울루 대교구장을 밀고 있다고 전했다. 이탈리아 등 유럽권이 거의 독식해온 교황직을 비유럽권에 내줘 ‘명분’을 얻는 대신 교황청 국무원장직을 보장받아 실권을 챙기려는 속셈이라는 것이다.
반면 북미와 아프리카 등 비유럽권 추기경들은 차기 교황으로 개혁 성향의 안젤로 스콜라(71) 밀라노 대교구장을 밀고 있다. 이들은 그간 교황청과 어느 정도 거리를 둔 교황만이 기밀문서 유출 파문과 내부 권력투쟁설, 성추문 등 쿠리아·유럽권의 독주로 만신창이가 된 가톨릭계를 구제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탈리아 신문 ‘가제타 델 수드’는 콘클라베 준비기간 북미 출신 추기경들이 브라질, 아프리카 추기경들과 비유럽권 연대 구축을 위한 비밀 회동을 가졌다고 보도했다.
교황 후보자들의 출신 지역도 표심을 좌우할 변수 중 하나다. 이번 콘클라베에 단일 국가로는 최다인 28명이 참여하는 이탈리아 추기경들은 ‘35년 만의 교황 배출’을 꿈꾸고 있다. 폴란드 출신의 요한 바오로 2세(264대)와 독일 출신의 베네딕토 16세 등 외국인이 ‘이탈리아 로마 대교구’를 이끌어왔으니 이제는 자신들 차례라는 논리다.
국적별로는 이탈리아에 이어 최다인 11표를 갖고 있는 미국은 자국 교황이 바티칸의 비밀주의를 없앨 적임자라고 적극 내세우고 있다. 실제 이탈리아 한 신문의 차기 교황 후보 선호도 조사 결과 미국의 숀 패트릭 오말리(68) 보스턴 대교구장은 셰레르 추기경, 스콜라 추기경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이탈리아 중심의 유럽권 추기경들은 ‘슈퍼파워’ 미국에서 교황까지 배출할 경우 이슬람 등 타 종교의 반감을 사 교세를 더욱 위축시킬 것이라며 반대하는 분위기라고 통신은 전했다.
송민섭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