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는 정부조직법 처리 과정에서부터 청와대의 일방적인 소통 방식과 폐쇄적인 인사 시스템을 비판해왔다. ‘공허한 외침’으로 끝날 뻔한 청와대 문책론은 친박(친박근혜)계 핵심 서병수 사무총장을 비롯한 당 지도부에 쇄신파까지 가세하면서 힘이 실렸다.
비박계는 이제 민정라인을 넘어 ‘박근혜 책임론’으로 비판 수위를 끌어올리고 있다. 5선 남경필 의원은 26일 한 라디오에 출연해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방식 문제가 가장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기본적으로 노(NO)를 못 하는 것은 리더십의 문제”라며 “평상시 노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을 가까이 쓰고 중용한다면 그분들이 즐겨 노라고 말하고 쓴소리를 할 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라고 목청을 높였다.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운데)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100% 국민행복실천본부’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실천본부는 박근혜 대통령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다. 허정호 기자 |
여권에서 청와대 비판론의 급속한 확산은 그동안 쌓여온 일방적인 당청 관계에 대한 불만이 한꺼번에 터져나온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정권 재창출의 주역인 친박계는 집권 초 새 정부가 안정적인 국정 장악에 방해가 되지 않기 위해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였다. 여당이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면서 ‘지도부 무능론’까지 쇄도하자 급격히 방향을 틀게 됐다는 해석이다. 4·24 재보선과 5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친박계도 여론을 신경 쓰지 않을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러나 모처럼 보여준 새누리당의 단결행동이 오래가지는 않을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비박계는 ‘포스트 박근혜’ 체제에 대비한 입지 확보, 친박계는 안정적인 당권 유지라는 다른 속내가 있어서다. 당 핵심 관계자는 “청와대와 각을 세우는 것이 오히려 야권과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새 정치’ 주장을 방어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박근혜정부가 안정적인 궤도에 들어서면 친박계와 비주류의 동거도 끝이라는 얘기다.
박세준 기자 3j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