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중심부에는 46억년 전 지구가 형성될 무렵부터 축적된 방사성원소의 붕괴로 많은 열이 맨틀로 배출되고 있으며, 이로 인해 맨틀 내부에서는 거대한 열대류 현상이 발생한다. 이러한 열대류 현상으로 맨틀 위에 놓인 지각판의 운동이 일어나고 인접한 지각판 간 충돌이 발생한다. 이렇게 지각판이 충돌하는 지역에는 막대한 응력이 누적되고 누적된 응력이 매질의 한계 임계치를 넘어서는 순간 지진이 발생한다. 그러므로 응력 누적 속도가 높은 지각판 충돌대를 중심으로 지진이 빈발하는 특성을 보인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 |
지진은 판의 경계부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판의 내부에서도 응력의 누적에 따라 크고 작은 지진이 발생한다. 판의 내부에서 발생하는 것은 판 경계부에서 발생하는 것에 비해 지진 규모가 작고 발생 빈도가 낮으며 발생 주기가 크다. 하지만 지진 위험성 측면에서 보면 판내 환경 지진의 위험성이 판 경계부 지진의 그것에 비해 결코 작지 않다. 근대식 지진계가 개발된 1900년 이후 가장 많은 65만명의 인명 피해를 일으킨 1976년 중국의 당산 지진도 판내 환경 지진이다.
우리나라는 판내 환경에 속하며 판 경계부에 위치한 일본에 비해 발생 빈도가 낮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낮은 지진 발생 빈도가 한반도의 안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인도판과 태평양판으로부터 전달되는 압축력이 한반도 지각으로 끊임없이 전달되고 있고 지각 내에 꾸준한 누적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렇게 누적된 응력은 언젠가는 매질의 임계치를 넘어서게 되고 피해를 유발하는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다. 조선왕조실록 등 여러 역사기록물에 남은 지진피해 기록은 우리나라에도 큰 지진이 발생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쓰촨성 지진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1000년 만에 도래한 2008년 쓰촨성 지진은 내진설계가 적절히 이루어지지 않은 이 지역에 8만7000여명의 인명 손실이 있었고, 이번 쓰촨성 지진에서도 엄청난 인명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비슷한 예로 2010년 1월 아이티에서 260년 만에 발생한 규모 7.0 지진으로 31만명의 무고한 생명이 목숨을 잃었으며, 지진 대비를 소홀히 한 아이티에 큰 고통을 안겨 주었다.
최근 신안 앞바다에서 규모 4.9의 지진이 발생하고, 동일본 대지진 후 한반도 지진활동도 증가가 관측되는 등 한반도 지진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고 있다. 아이티의 참사가 남의 일일 수만은 없다. 인구밀도와 고층건물밀도가 높은 한반도의 경우 단 한번 지진으로 더 큰 참사를 입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지진재해 잠재성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과 대비가 필요하다.
홍태경 연세대 교수·지구시스템과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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