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5월 17일. 23개월 된 성민이는 두 돌을 하루 앞두고 싸늘한 주검으로 아버지에게 돌아왔다. 혼자 두 아들을 키우던 아버지는 지방 출장이 잦아 구청의 소개로 24시어린이집에 성민이 형제를 맡기고 주말에는 데려왔다. 그러나 원장 부부가 주말에 성민이를 데리고 외출한다는 핑계로 몇 주째 집에 보내지 않았고, 17일 성민이를 마지막으로 만난 곳은 병원 영안실이었다.
당시 성민이는 팔과 다리는 앙상하게 말라 있고 복부는 터질 듯이 부풀어 올라 있었다. 얼굴과 손등, 몸 곳곳에는 멍과 손톱 자국이 가득했다. 부산대학 법의학연구소가 밝힌 성민이의 직접적인 사인은 ‘외부 충격에 의한 소장파열로 인한 복막염’. 입술 속 상처는 젖병을 강력하게 밀어넣었을 때 생기는 것이고, 손등의 멍은 매질을 피하기 위한 방어흔이라고 했다.
유일한 목격자였던 성민이의 형(당시 6세)은 양팔을 잡고 복부를 발로 걷어차고 인형을 돌려 던지면서 원장 부부가 동생을 때렸던 장면을 재현해 보였다.
성민이 유가족은 아동학대 사건에서 주로 나타나는 외상을 근거로 어린이집의 폭행, 학대에 의한 사망을 주장했고, 원장 부부는 “피아노에서 떨어져 사망했다”며 폭행사실을 부인했다.
검찰은 원장 부부에게 징역 3년을 구형했고, ‘다음카페 23개월 어린천사 성민’ 회원들은 “구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거리시위를 하고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서명운동도 전개했다. 하지만 그마저도 법원에서 원장 징역 1년6월, 원장 남편 징역 1년6월에 집행유예 3년으로 형량이 줄었다.
대부분의 아동전문 변호사들은 피해자 측의 정확한 진술이나 정황이 있다면 원장 부부가 징역 5∼10년은 받았어야 했다고 지적한다.
아동인권 전문가인 이명숙 변호사는 “학대를 학대라고 인지하지도 못하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는 가중처벌돼야 마땅하지만, 피해 아동이 아직 말을 못하거나 증거를 제시할 능력이 되지 않아 극히 일부분에 대해서만 유죄가 인정된다”고 말했다. 상습적인 폭행과 정서적인 폭행은 입증이 더 어렵다. CC(폐쇄회로)TV가 있는 경우도 드물지만, CCTV를 확보하더라도 기록물 보존기간이 7∼8일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일보는 2005년부터 지난해까지 언론에 보도된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 가운데 폭행 정도가 심각한 10건의 처리 결과를 직접 확인해 봤다. 그 결과 징역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은 경우는 4건에 불과했고, 나머지는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
지난해 18개월 된 남자아이의 발바닥을 20여 차례 바늘로 찌른 ‘바늘학대 사건’의 주인공인 울산 중구 어린이집 원장은 징역 1년, 집행유예 3년을 받았다.
2011년 10월에는 동대문구를 비롯해 7개 구립 어린이집에서 아이들이 보육교사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담긴 CCTV가 공개돼 파문이 일었다. 엄마들은 “2년씩 대기해 로또 맞은 기분으로 보낸 구립어린이집에서조차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누구를 믿고 아이를 맡기느냐”며 공분했다.
2005년 대구 서구에서는 어린이집 원장이 보호 중인 자매를 폭행해 입건됐다. 당시 8살, 9살이었던 자매는 눈자위에 피멍이 들고, 정수리 부분이 휑할 만큼 머리카락이 뽑힌 상태였다. 그러나 경찰은 상해 혐의만 인정하고 상습 학대 부분에 대해서는 무혐의 처분했다. 실형을 선고받더라도 2년을 넘긴 사례는 없었다.
10년 가까이 무연고 어린이를 데려다 전깃줄로 채찍질을 하거나 어린이들끼리 서로 때리도록 강요하는 등 노예살이를 시키다 2006년 적발된 구리시 S어린이집 원장은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2012년 서울 관악구에서 “우는 소리가 밖으로 새나가면 어린이집 평판이 떨어진다”며 우는 아기의 입에 손수건을 물리거나 눕혀 놓고 때린 어린이집 원장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이찬진 변호사는 “미국이나 유럽은 아동 폭력이 자기방어능력이 없는 자에 대한 폭력이란 점에서 때론 여성 폭력보다 가중처벌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에 반해 우리나라는 아동을 부모의 부속물로 보는 사회적인 인식 때문에 아동학대가 솜방망이 처벌로 끝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동학대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로 예방적 효과를 끌어내야 한다”며 “보육시설 폐쇄뿐만 아니라 전과가 있으면 다시는 문을 못 열도록 해서 한 번 걸리면 영원히 발을 들일 수 없다는 인식을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수미·윤지로 기자 leolo@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