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 누구나 그렇지만, 나 역시 호기심이 많았다. 그냥 두면 될 것을 꼭 만져서 고장 냈던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식사할 때마저 생각하느라 칠칠하지 못하게 반찬을 흘릴 때도 많다. 참을성이 없어 궁금한 것은 알아야만 직성이 풀렸다. 가끔 유난을 떤다고 자책도 하지만, 그마저도 뭔가를 알아냈다는 즐거움에 금방 잊어버린다.
어려서부터 나는 그림 그리기를 무척 좋아했다. 보이는 대로 똑같이 그리려고만 하였다. 미술사와 미술이론에 대한 공부를 하고 나서야 잘 그리는 것만큼 다듬어진 생각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단순한 그림 그리기가 아니라, 그리고자 하는 대상과 나 사이에 정서적 교감이 반드시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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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현정의 ‘호기심’(니은지에 채색). |
현대 중국화 대가로 전통 중국화를 성공적으로 혁신한 리커란(李可染·19076∼1989)은 1986년 개인전 ‘리커란 중국화전’의 서언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예술은 전통과 생활이라는 기초 위에서 창작되어야 하며, 그러한 가운데 수많은 모순을 극복해야 한다. 예를 들어, 옛 전통과 새로운 생활의 모순, 우리 민족과 외국 문화의 모순, 현실 생활과 예술 세계의 모순 등등.”
생활은 예술의 근원이지만 예술은 아니다. 다듬어져야 한다. 예술은 생활에서 나왔지만 생활보다 더 아름답고 압축되어야 한다. 마치 연기에서 한 컷이 중요한 것과 같다. 명배우는 한 컷에 모두가 공감하는 이야기와 자신의 연기 세계를 담아낸다. 그의 연기는 현실보다 더 서정적이고 시적이다. 생활에서 새로운 아름다움을 발견하여 새롭게 자신의 것으로 창조한 것이다. 누구나 보는 순간 바로 느낌이 전달되어 공감한다.
나는 집안 분위기를 바꿔주는 그림을 그리고 싶다. 중국 황실에서 썼다는 귀한 은색종이(니은지·泥銀紙)에 아이의 생명력 넘치는 호기심을 그렸다. 이상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텔레비전에 빼앗겼던 그림의 자리를 되찾으려 한다.
배우화가 김현정 www.kimhyunjungta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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