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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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열고 보면 장애는 문제 안돼”

세계 유일 시청각장애 사제
키릴 신부 내한 강연회 열어
“제가 보고 듣지 못하는 것은 하느님의 선물입니다.”

세계 유일의 시청각장애 사제 키릴 악셀로드(71·사진) 신부가 21일 서울 이촌동 한강성당에서 ‘이 세상에 할 일이 있다, 나도!’란 주제로 강연회를 열었다. 장애를 극복하고 쓴 자서전 ‘키릴 악셀로드 신부’(가톨릭출판사)의 국내 출판을 기념해 한국을 찾은 것이다.

키릴 신부는 1942년 남아프리카에서 유대인 집안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선천성 청각장애 진단을 받은 뒤 가톨릭 계열 농학교에서 수화를 배우고 언어훈련을 받았다. 유대교 랍비가 되길 원했지만 장애인은 랍비가 될 수 없다는 율법에 따라 꿈을 접어야 했다. 1965년 특별한 체험을 계기로 가톨릭 신자가 됐고, 이후 신학교에 진학해 1970년 사제품을 받았다.

사제가 된 뒤에는 인종차별 정책에 시달리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흑인 청각장애인들에게 수화를 가르치는 등 활발한 사목활동을 펴왔다. 그러던 중 1980년에 시각과 청각을 모두 잃는 ‘어셔 증후군’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2000년 시력을 완전히 잃었지만 장애에 굴하지 않고 종교를 뛰어넘는 사목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이날 키릴 신부는 “의사로부터 점점 시력을 잃어 나중엔 아무것도 볼 수 없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며 “하지만 마음을 열고 보면 장애를 가진 자가 장애인이 아니고, 어떤 어려움과 불행이 닥치더라도 이겨내면 그 안에서 소중한 뜻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아람 기자 arba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