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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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산女 살인 사건 유족들 "이상한 여자로 몰지마"

1년여간 관계 지속하다 내연녀 임신 알리면서 틀어져
낙태비 다툼에 ‘홧김 범행’… 부검 결과 임신 가능성 낮아
피해자 동생 “언니를 이상한 여자로 몰아” 조사결과 반발
전북 군산의 실종 여성 사건은 현직 경찰관과 내연녀의 1년간 지속된 불륜이 빚은 살인으로 끝을 맺었다.

전북경찰청은 4일 내연녀 이모(40)씨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살인 등)로 군산경찰서 정완근(40) 경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정 경사는 지난달 24일 오후 8시30분쯤 군산시 옥구읍 자신의 승용차 안에서 내연녀 이씨와 말다툼을 벌이다가 목졸라 살해한 뒤 회현면 폐양어장에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정 경사는 범행 당일 이씨에게 “300만원을 줄 테니 그만 만나자”며 합의해 줄 것을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씨는 금액이 너무 적다며 이를 거절했고 부인에게 불륜 사실을 알리겠다며 정 경사의 휴대전화를 빼앗으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가 정 경사의 얼굴을 할퀴었으며 화가 난 정 경사는 자신의 차 안에서 이씨의 목을 졸라 살해했다. 

정 경사는 현직 경찰답게 시신 유기와 도주 과정에서 수사에 혼선을 주는 치밀한 행동으로 10여일간 경찰 포위망을 따돌렸다.

내연녀를 살해한 전북 군산경찰서 소속 정완근 경사가 3일 군산시 회현면에서 열린 현장검증에서 목을 졸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하는 범행을 재연하고 있다.
군산=연합뉴스

정 경사는 사체 유기 장소로 냄새가 심한 회현면 월연마을 앞 폐양어장 공터를 선택해 시신이 부패해도 전혀 알아채지 못하게 했다. 경찰은 시신 유기 인근 장소에서 매일 1300명과 탐지견, 헬기까지 동원해 1주일 이상 집중 수색했지만 폐양어장에서 나는 냄새 때문에 이씨의 시신을 찾아내지 못했다.

이 같은 정 경사의 치밀한 범행 때문에 경찰 수사는 곳곳에서 허점을 드러냈다. 정 경사가 지난달 26일 도보와 자전거로 이미 군산을 빠져나와 충남 논산에 머물렀는데도 경찰력을 군산에 집중해 뒷북만 친 꼴이 됐다.

이씨의 부검 결과 살해 동기가 된 임신 여부가 명확하게 가려지지 않았다. 경찰은 “국과수의 부검 결과 태아가 형성된 흔적은 없었고 시신의 부패 상태가 심해 임신 초기 단계인지도 밝혀낼 수 없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이씨가 실종되기 전 지인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 ‘7월11일 생리를 했다’는 내용이 있어 실제 임신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이 우발적인 범행으로 잠정 결론을 내린 데 대해 이씨의 가족들은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이씨의 여동생은 정 경사가 형량을 감경 받으려고 언니를 이상한 여자로 몰고 있다고 주장했다. 여동생은 “언니가 정 경사에게 낙태비 명목으로 단지 120만원을 요구했고 정 경사도 그 돈을 주기로 약속했다”며 “이 돈을 받아 낙태한 뒤 내연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나갔다가 변을 당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전북경찰청은 이날 부하 경찰관이 저지른 여성 살인사건의 책임을 물어 최종선 군산경찰서장을 직위해제하고 이동민 총경을 임명했다.

군산=한현묵 기자 hanshim@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