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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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참모진 문책 개편… 새 비서실장 김기춘

162일 만에 2기 체제로…
박근혜 대통령이 5일 여름휴가에서 돌아오자마자 비서실장을 포함한 청와대 참모진을 대폭 교체하는 ‘청와대 참모진 2기’ 인사를 전격 단행했다. 한번 임명하면 좀체 바꾸지 않는 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에 비춰 사실상 ‘문책성 인사’로 받아들여진다. 특히 정권 출범 162일 만에 수석비서관 이상 참모진 12명 중 5명을 대거 물갈이해 인사 시기와 폭에서도 파격적이고 이례적이다.

박 대통령은 이날 비서실장에 박 대통령을 돕는 대표적 원로그룹인 ‘7인회’ 핵심멤버인 김기춘 전 법무장관을 임명했다. 2개월여간 장기공백 상태였던 정무수석에는 박준우 전 주유럽연합(EU)·벨기에 대사를, 민정수석에는 홍경식 전 법무연수원장을 기용했다. 미래전략, 고용복지수석에는 윤창번 전 하나로텔레콤 대표, 최원영 전 복지부 차관을 각각 발탁했다.

이번 8·5 개편은 정부 출범 후 인사 파행이 잇따르고 청와대 윤창중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 국가정보원의 대선개입 사건 등 현안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등 국정운영 실패에 책임을 묻고 조직 분위기를 일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깜짝 인사는 이명박정부가 정권 출범 117일 만에 쇠고기 파동에 따른 성난 민심을 달래기 위한 정국 돌파용으로 청와대 비서진 개편을 활용한 것과 ‘닮은꼴’이란 평가도 나온다. 당시 류우익 대통령실장과 수석비서관 전원이 물갈이됐다.

허태열 전 비서실장은 윤창중 사건의 미숙한 수습, 국정원 사건과 관련한 박 대통령 책임론 대두, 공공기관 인사 지연 등으로 정무감각과 추진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았다. 곽상도 전 민정수석은 인사검증 실패와 검찰의 국정원 수사 압력행사 의혹을 받았다. 최성재 전 고용복지, 최순홍 전 미래전략 수석은 박근혜정부 핵심 국정과제인 복지와 창조경제 부문에서 성과를 전혀 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정현 홍보수석은 인사 배경과 관련해 “하반기에 보다 적극적인 정책추진과 새로운 출발을 위해 새 청와대 인선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개각 가능성에 대해서는 “장관 교체는 없다”고 일축했다.

김 실장의 청와대 입성을 계기로 국정운영에 7인회 영향력이 막강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7인회 소속인 강창희 의원과 현경대 전 의원이 국회의장과 민주평통 수석부의장을 각각 맡고 있다. 7인회가 막후 조언그룹에서 최고 실력자로 전면에 나서는 모양새다.

신임 김 실장과 박 수석에 대해선 자격 논란이 불거졌다. 민주당 등 야당은 김 실장이 1992년 14대 대선 당시 ‘초원복집 사건’으로 지역감정을 조장해 물의를 일으킨 만큼 국정원 국정조사 정국에 역행하는 인사라고 비판했다. 박 수석은 정통 외교관료 출신으로 정치경험이 전무하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