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의 투자주간지 FTfm은 자산관리회사 남녀 직원 100명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여성 직원의 54%가 직장에서 '부적절한(inappropriate)'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고 8일(현지시간) 밝혔다.
특히 28%는 '성희롱'(sexual harassment)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해 전체의 82%가 성적으로 곤란한 지경에 처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펀드업계의 한 여성 애널리스트는 고객과 회의에서 일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으면 상사로부터 왜 더 짧은 미니스커트를 입지 않았느냐는 타박을 받기도 했다고 폭로했다.
익명을 요구한 이 애널리스트는 "직장에서 성적인 대상으로 보일 경우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알고는 나 자신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묶음 머리에 화장하지도 않고 안경을 낄 뿐 아니라 카디건까지 입는다"고 주장했다.
한 자산관리회사의 전직 여성 직원도 "직장에서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 만연해 있다"고 전했다.
이 직원 역시 익명을 요구한 뒤 "이 업계는 남성 중심의 사회"라며 "성공하려면 그들(남성)의 일원이 돼야 한다"고 토로했다.
직장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한 여성 중 4분의 1이 월 단위로 그 같은 행위가 일어난다고 답했으며, 6%는 매주 발생한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조사 결과는 펀드업계가 투자은행(IB)) 분야나 법인영업 부문보다 상대적으로 덜 할 것이라는 일반적인 시각과 일부 배치되는 것이라고 FTfm은 지적했다.
특히 직급이 낮을수록 성희롱을 당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급이 낮은 여성 가운데 70% 이상이 최근 1년 내 부적절한 행동을 경험한 적이 있다고 답했으나 중간 또는 고위직 여성은 49%만이 그같이 답했다.
이와 함께 남성 중 5%도 성희롱을 당한 적이 있다고 답해 눈길을 끌었다.
고용전문 법률회사 시그넷 파트너스의 사이먼 맥머네미 변호사는 "자산관리회사에는 고위직 여성들이 많아 다른 금융분야에 비해 상대적으로 그같은 행위가 적은 것으로 알고 있었던 만큼 결과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팀워크를 강조하는 문화 속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폭로하는 데는 상당한 용기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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