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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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北核 위협 인정… 전작권 전환 ‘킬 체인’과 연계 가능성

美 ‘전작권 재연기’ 공감 배경·전망… 2007년과 달라진 美
2일 열린 한·미안보협의회(SCM)에서 드러난 전작권 전환시기 재연기를 둘러싼 미측의 입장은 ‘조건부 동의’로 볼 수 있다.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발사 성공에 따른 변화된 위협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는 우리 정부의 입장에 공감한 것이다. 하지만 공동성명에는 딱 부러지는 표현은 없이 대부분 애매모호한 외교적 수사가 동원됐다. 연기시점 합의 과정에선 진통이 예상된다. 미국의 어려운 재정여건과 전작권 재연기에 따른 미국 내 부정적 여론, 한·미 간 주요 현안에서의 마찰 및 압박이 걸림돌이다.

◆전작권 재연기를 미측이 긍정 평가한 이유는

미측이 전작권 전환시점 연기 필요성에 공감한 배경엔 핵·미사일 등 북한의 비대칭 군사능력 증가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및 세계 안보에도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 2010년 한·미 간 현안을 다루는 ‘전략동맹 2015’를 마련할 당시 이런 위협은 빠져 있었다.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동원한 전쟁을 일으킬 경우 한국군 단독으로 전작권을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우리 측 주장을 수용했다고 볼 수 있다.

북한이 핵 소형화를 통해 핵탄두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에 실어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국방부 관계자는 “이번 회의에서 미측이 공개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북한의 핵위협을 인정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로 환갑을 맞은 한·미동맹이 힘을 발휘했다는 평가도 있다. 1953년 한·미상호방위조약 체결 이후 한·미동맹은 대체로 미국이 주도해왔다. ‘닉슨독트린’과 주한미군 철수 등 한반도 주변상황에 따라 미국의 전략은 수시로 변해왔고 한국의 입장은 뒷전이었다. 하지만 2000년대 접어들면서 새로운 동반자 관계의 틀 속에서 한·미동맹은 새롭게 다듬어졌고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발전했다. 한반도 안보가 미국의 안보와 직결되는 것으로 인식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는 북한의 위협과 함께 중국의 부상이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전작권 전환 재연기 시점은… ‘킬 체인’과 KAMD 구축이 관건

앞으로 전작권 전환시기를 평가하는 기준은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한국군이 독자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는 때가 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우리 군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가 핵심 평가기준이 될 것”이라며 “이런 준비가 어느 정도 성숙했을 때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한반도 연합방위체제에서 한국군의 임무와 역할 증가를 외쳐온 미국은 엄격한 잣대로 한국군의 능력을 평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분위기는 이날 헤이글 장관의 발언에 그대로 녹아 있다. 그는 “한국군은 지난 10년간 매우 강해졌고, 더 전문화되고 더 강화됐다. 앞으로도 우리는 이러한 추세가 계속되기를 희망한다”며 한반도 방위에 대한 한국군의 책임을 강조했다. 미국에 기대 한반도 안보에 무임승차하지 말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발언으로 읽힌다.

결과적으로 한국군이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응해 추진 중인 ‘킬 체인’과 한국형 미사일방어체계(KAMD) 구축시점이 전작권 전환시기를 결정할 핵심 변수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킬 체인과 KAMD 구축이 늦어지면 그만큼 전작권 전환시기도 늦춰질 수 있다. 킬 체인은 미사일의 탐지·추적·타격에 이르는 전 과정을 통합, 운용하는 시스템이며, KAMD는 저고도로 날아오는 북한의 미사일과 유도탄을 탐지, 요격하는 방어체계를 뜻한다. 국방부 관계자는 “킬 체인과 KAMD는 2020년대 초반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예산이 뒷받침되면 조기에 갖춰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KAMD와 MD는 별개로 상호연계는 가능

이번 회의에서 한·미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논란에 대해서도 KAMD와 MD를 별개로 구축하는 대신 정보공유 등 상호운용성은 강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헤이글 장관은 “한국의 MD 시스템이나 미국의 MD가 똑같을 필요가 없다”며 논란을 잠재웠다. 미측에서 한국민의 정서를 감안한 것으로 비쳐졌다. 그래도 미련이 남았던지 헤이글 장관은 “다만 상호운용성은 있어야 한다”면서 “거기에는 지휘통제, 억제능력 등이 굉장히 중요하고, 한국과 미국에 대한 북한의 위협도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강조했다.

한·미는 양측의 감시정찰 수단으로 수집된 북한 핵과 미사일 위협 정보를 KAMD와 MD 간에 상호공유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