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보기메뉴 보기 검색

'아역스타'가 뜨니 영화도 뜨네!

입력 :
수정 :
폰트 크게 폰트 작게
가을 극장가를 수 놓은 아역배우 3인방. 여진구(위), 이레(아래 왼쪽), 김유정.
아이돌 못지않은 인기를 구가하는 ‘아역스타’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과거 문근영과 유승호가 각각 ‘국민 여동생’과 ‘국민 남동생’라는 칭호를 부여받으며 아역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점하고 있었다면, 이제는 여진구 김유정 김소현 갈소원 등 다양한 끼와 매력을 갖춘 아역스타들이 속속 등장해 ‘아역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 아역스타  스크린 접수… 흥행 기상도는?

TV 미니시리즈나 연속극에서 극 초반인 1~5회 정도만 등장했던 성인 배우들의 어린시절, 혹은 주인공의 자녀 역할에 국한됐던 아역들의 활동 영역은 이전보다 훨씬 넓어졌다. 지난 9일 개봉한 ‘화이: 괴물을 삼킨 아이’(감독 장준환)는 ‘괴물 여진구’의 탄생을 지켜본 영화였다. 이 영화에서 만 16세에 불과한 여진구는 거친 카리스마와 액션 연기로 김윤석 장현성 조진웅 등 연기파 중견배우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화이’는 이런 여진구의 이슈몰이에 힘입어 개봉 첫 주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는 등 순조로운 흥행몰이를 하고 있으며, 곧 150만 관객 돌파를 앞두고 있다.

올 초 1280만 관객(영진위 집계 기준)을 동원한 화제작 ‘7번방의 선물’(감독 이환경)에서 갈소원은 ‘딸바보 아빠’ 류승룡보다 더 의젓한 딸 예승이로 분해 영화 흥행에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난 2일 개봉한 ‘소원’(감독 이준익)에서 타이틀롤 소원이를 연기한 이레 역시 관객들의 눈물·콧물 다 빼는 ‘기특한 연기력’으로 영화에 대한 입소문을 내는 데 한 몫했다.

오는 11월6일 개봉 예정인 영화 ‘동창생’에는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 여진구와 풋풋한 첫 사랑 연기를 펼쳤던 김유정이 등장한다. 빅뱅 멤버 최승현(탑)이 분한 리명훈의 여동생 혜인 역에 캐스팅돼 명훈이 남파 간첩이 될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를 제공한다. 영화가 공개되기 전인데도 많은 충무로 관계자들은 최승현과 김유정이 창출해낼 홍보 시너지 효과에 주목하는 눈치다.

◆ 청소년-성인 역할 구분 모호… 문제점은 없나

한국영화가 전에 없던 호황을 맞으면서 관객들의 눈길을 끌고 호기심을 부추길 만한 수많은 시나리오가 쏟아지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아역스타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관객들의 팬심(fan心)과 향수, 연민 등을 자극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아역스타들의 무리한 연기 도전이나 이미지 변신 노력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여진구는 ‘화이’에서의 난폭한 폭력·액션신에 이어 케이블 채널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에서 자신보다 7살이나 많은 배우 하연수와 진한 키스신을 선보여 화제와 동시에 논란을 낳았다.

이에 대해 여진구 소속사 측은 “여진구 군의 나이가 어린 것은 사실이지만, ‘감자별’에서 극 중 나이는 20세”라면서 “어디까지나 작품 안에서의 연기인 만큼 실제 나이가 아닌 극중 나이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여진구의 실제 나이에 더 집중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렇듯 요즘 들어 청소년과 성인 역할의 경계와 구분이 모호해지고 있는 추세여서, 방송과 영화 등 미디어에서 청소년 배우의 애정신이나 폭력신이 어느 선까지 허용될 수 있는지 사회적 논의가 좀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아역배우 인권·근로환경 개선 노력 필요

아역배우들의 ‘스타성’이 부각되면서 촬영장에서 아역배우들에 대한 ‘대접’ 또한 달라졌다. 배우 유승호가 작품 계약에 앞서 ‘밤 12시 이후 촬영 금지’ 등 수면권과 학습권을 보장받은 사례는 잘 알려져 있다. 문화부 등이 마련한 연예인 근로표준계약서에는 출연자가 미성년일 경우 제작사 등이 아역배우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및 학습권과 수면권 등을 보장하도록 하는 조항이 있다. 하지만 권고사항일 뿐이어서 아직도 열악한 환경에서 고통 받는 아역배우들이 많은 게 현실이다.

그럼에도 어린이나 청소년들, 그리고 학부모 사이에서 연예인은 ‘선망직업’ 1순위로 떠오르고 있다. 아역배우를 키우는 연기학원과 엔터테인먼트 기획사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고, 영화나 드라마 오디션에 수백명의 아역 지원자가 몰리는 현상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들 아역배우 지망생들이 모두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건 아니다. 어린 시절 촬영장에서의 고된 경험들이 트라우마로 남게 되는 경우가 많다. 설령 어느 작품, 어떤 배역으로 전 국민이 알아보는 스타로 ‘떴다’고 할지라도, 아역 때의 고정된 이미지를 벗지 못해 성인이 되어서도 크게 빛을 발하지 못하는 사례도 여럿 있다. 

1990년대 말 인기 TV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 역할로 사랑 받았던  배우 김성은은 종영 후에도 자신을 미달이라 부르며 놀리는 주변 사람들의 시선 때문에 우울증에 자살 충동까지 느꼈다고 고백해 충격을 주기도 했다.

현화영 기자 hh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