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대선에서 민주당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은 23일 성명을 내고 국정원과 국군사이버사령부의 정치 글 의혹 사건 등과 관련해 “지금까지 드러난 사실만으로도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 대통령의 ‘결단’을 압박했다. 그는 “(국정원의 대선 개입 등을) 미리 알았든 몰랐든 박 대통령은 그 수혜자”라며 “박 대통령이 문제 해결 의지를 분명하게 밝히고 즉각 실천에 나서길 바란다”고 국정원 개혁과 수사외압 중단 및 문책 등을 촉구했다. 국회 기획재정위 국감에서는 기자들과 만나 “왜 자꾸 대선불복을 말하면서 국민과 야당의 입을 막는지 모르겠다”고 말해 전날 민주당 일부 중진이 제기한 대선불복 논란에 기름을 부었다. 대선이 치러진 지 10개월여 만에 문 의원이 박 대통령의 대척점에 선 것이다.
민주당 문재인 의원이 23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국정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 외압 논란 등과 관련해 “지난 대선은 불공정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
하지만 박 대통령의 침묵과 집권당의 ‘대선불복’ 프레임은 오히려 국정원 대선개입 수사 정국을 정쟁 국면으로 만들어 국정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목소리가 크다. 여권이 이번 사건을 정권의 정통성 훼손 문제로 규정하면서 적극적인 해결보다는 ‘대야 공세’에만 급급했다는 지적이다. 수직적인 당·청 시스템은 이런 상황을 심화시켰다. “국정원에 선거 도움을 받은 적이 없다”, “국정원 스스로 개혁해야 한다”고 선을 그은 박 대통령의 입장에 매여 여당이 개혁 드라이브 등 적극적인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은 정쟁으로 치닫는 국정원 수사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서는 박 대통령과 여당이 국정원 제도 개혁, 엄정한 수사 의지 등 사태 해결을 위한 책임감 있는 태도를 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만흠 한국아카데미원장은 “박 대통령이 최고권력자로서 분명하게 입장을 밝히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임성호 경희대 교수는 “이제 여당이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문제를 어떻게 개선할지 보다 건설적인 논의를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태영·박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