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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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민주, 대선불복 본색 드러났다”

靑 ‘의혹 실체’ 없어 공식대응 안해
“김한길, 대통령 격앙 운운은 소설” 반박
청와대는 23일 민주당 문재인 의원의 ‘대선 불공정성’과 ‘박근혜 책임론’ 제기에도 무반응·무대응 기조를 고수했다. 대신 새누리당이 “대선불복 본색이 드러났다”며 문 의원과 민주당을 향해 대대적 반격을 가했다.

◆청와대의 무대응 기조와 배경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침묵했고 청와대 관계자는 공식 언급을 피했다. 국정원과 군의 대선개입 의혹이 번지는 상황에서 섣불리 발을 담가 확전의 빌미를 주거나 여론이 집중되는 부담을 차단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청와대 내부 기류는 복잡하다. 국가기관의 선거개입 사건에다 검찰 수사 외압 의혹 및 내분 등 민심을 자극할 악재가 이어지자 곤혹스러워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하지만 민주당 중진들에 이어 문 의원까지 대선 불복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쏟아내는 데 대해 불쾌감도 감지된다. 한 핵심 관계자는 “대선 후보로 나왔던 인사(문 의원)가 할 수 있는 말인지 의심스럽다”며 “아직 무엇하나 명확히 드러난 게 없는 상황에서 선동적 주장을 하는 것은 결국 정치적 목적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다만 청와대가 박 대통령 책임론에도 잠자코 있는 데는 각종 의혹의 정확한 실체가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정면 대응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박 대통령의 해명과 입장을 내놓아야 한다면 그 시기는 검찰 수사가 마무리된 이후라는 것이다. 특히 문 의원 발언이 민주당의 투쟁력을 배가할지, 아니면 계파 갈등의 부메랑이 돼 부담으로 작용할지 예측하기 힘들어 청와대는 당분간 여론 향배를 지켜볼 것으로 알려졌다.

청와대는 앞서 민주당 김한길 대표가 박 대통령의 지난 16일 국회 여야 대표와의 회담 발언을 공개한 데 대해서는 발끈했다. 김 대표는 전날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박 대통령이 당시 상당히 격앙돼 “그렇다면 제가 댓글 때문에 당선됐다는 것이냐”고 말했다고 공개한 데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그런 취지의 말을 했지만 ‘격앙’ 운운한 것은 소설”이라고 반박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운데)가 23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중진 연석회의 모두발언에서 민주당 일각의 ‘대선 불복성’ 발언을 비판하고 있다.
남제현 기자
◆새누리당의 문재인·민주당 때리기

황우여 대표는 이날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민주당이 성급한 대선불복성 발언으로 국론을 분열시키고 국정을 문란하게 하는 언동은 국익에 반하는 백해무익한 일이요, 국민적 저항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있다”며 관련 발언의 즉각적인 취소와 사과를 요구했다. 정우택 최고위원은 “대선무효 주장은 민주당 스스로를 다시 한 번 생트집만 부리는 패배자로 만든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고 비판했다.

새누리당은 문 의원의 성명 발표 후엔 “너 잘 걸렸다”며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황 대표는 “문 의원이 역대 어느 대선 후보도 넘지 않았던 선을 넘고 있는 것으로서 이는 대인의 모습이 아니다”며 “국민 주권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성토했다. 최경환 원내대표는 “문 의원이 드디어 대선 불복에 대한 자신의 본심을 만천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박 대통령에게 책임 운운하는 것은 대선 후보까지 지냈던 사람으로서 도리가 아니다”고 꼬집었다.

다만 일부 중진에게서는 “이 지경까지 사태가 이른 데에는 정부와 여당의 책임이 크다”(정몽준 의원), “여당을 책임진 사람들은 말을 아끼고 가려서 하는 절제의 미덕을 배워야 한다”(이재오 의원)는 쓴소리가 나왔다.

이천종·김재홍 기자 skyle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