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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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노브레싱’ 서인국 “인생, 참 재미있어요”

가수 서인국(26)이 Mnet ‘슈퍼스타K 1’(2009)서 깜짝 우승했을 때만해도 그의 이름 세 글자 앞에 ‘배우’란 타이틀이 붙게 될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했을 것이다.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서인국은 당당히 배우, 게다가 청춘영화 크레딧 첫 번째 자리를 꿰찼다. 최근 진행된 세계닷컴과의 인터뷰에서 서인국은 "나 자신도  ‘청춘스타’란 수식어를 달게 될 줄은 몰랐다"고  고개를 힘껏 내저었다.

‘꽃미남 배우’라면 갖춰야 할 동그랗고 서글서글한 인상이나 컴퓨터로 그린 듯 완벽한 이목구비를 자랑하지도 않는다. 배우를 하기에는 날카로워 보이는 눈매나 두꺼운 입술이 오히려 장애요소로 작용할 법도 했다. 목소리도 솜사탕같지 않고 조금 탁한 편이다.
 
하지만 서인국은 단 몇 분안에  사람의 마음을 빨아들이는 ‘마력’의 소유자였다. 지난해 방영된 케이블 드라마 ‘응답하라 1997’(이하 응칠)은 그런 서인국의 매력을  한껏 드러내 보여준 작품이었다.

“데뷔할 때만 해도 뚱뚱하지, 못생겼지… 연기자는 감히 상상도 못했어요. 윤석호 선생님이 연출한 ‘사랑비’(2012)에 출연하면서 모든 상황이 바뀌었죠. 그 다음에 오디션 통해 바로 ‘응칠’ 주연으로 발탁됐는데, 덜컥 겁부터 나더라고요. 제가 근석이(장근석) 같은 톱스타도 아니고, 연기력이 검증된 것도 아닌데 왜 저를 주연으로 뽑아주셨을까…. 그런데 ‘응칠’ 방송 전에 티저예고편이 나갔는데, 제가 ‘만나지 마까?’하는 장면에서 많은 분들이 ‘괜찮더라’라고 해주셔서 배우로서 용기를 좀 얻은 것 같아요.”

‘응칠’ 때에 비하면 부담감은 덜했지만, ‘노브레싱’(감독 조용선, 10월30일 개봉)은 스크린 첫 데뷔작이라 역시 ‘살 떨리는’ 경험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요즘 한국에서 찾아 보기 힘든 스포츠 청춘 영화. 당대 제일 잘 나간다는 스타들이 출연한다는 청춘영화의 주인공이라니, 과거엔 상상치도 못한 일들이 눈앞에 현실로 펼쳐지니 정신이 ‘번쩍’ 들더란다.

“제가 멋있어 보여야한다는 자체가 ‘부담’으로 작용했죠. 제가 혹시나 잘 못하면 같이 일하는 분들게 폐 끼치는 게 되잖아요. ‘사랑비’ 때는 제가 멋있어 보일 필요가 없으니까 일부러 막 살도 찌우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반대로 캐스팅과 동시에 다이어트에 돌입했어요. 수영을 소재로 한 영화니까 3개월간 수영 연습은 기본이고, 원일(극중 배역) 캐릭터를 완벽하게 만드는 작업이 필요했죠. 그리고 원일이가 주인공이고 ‘수영 천재’이다 보니 다른 친구들보다 수영을 잘해야 하고, 정식 교육을 받은 우상(이종석 분)보다는 거칠고 날 것 같은 느낌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열정적으로 촬영과정을 설명하는 그의 얼굴에서 긴장감이라고는 조금도 찾아볼 수가 없었다. 영화 첫 주연을 맡은 배우의 경우, 개봉일이 다가올수록 초조해 할 수밖에 없다. ‘관객들이 서인국이라는 타이틀을 보고 영화를 보러 와줄까’하는 노파심 때문이다.

“얼굴은 웃고 있어도, 속으로는 진짜 겁 많이 먹고 걱정도 많이 하는 성격이에요. 태연한 게 아니라, 일부러 그런 마음 들키지 않으려고 ‘자기 방어’ 같은 걸 계속 하는 것 같아요. ‘노브레싱’은 요즘 접하기 힘든 청춘물이다 보니 ‘아날로그’적인 면이 좀 있어요. 10대들이 좋아할 만한 감성도 많고요. 그런데 누구에게나 10대 시절을 있었잖아요. 그런 부분들이 30~40대 관객들의 마음도 움직일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기타 하나 달랑 메고 서울로 올라와 가수가 되겠다며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던 20대 초반의 서인국을 그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자신보다 일찍 직장생활(미용업)을 시작한 동생에게 용돈을 받아쓰며 ‘너 앞으로 뭐 될래?’라는 주변 사람들의 걱정 어린 질타도 받아야 했다.

“그때 한 살, 두 살 먹어갈수록 높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며 ‘이렇게 계속 꿈을 향해 달려가도 되는 것일까’ 고민 많이 했죠. 저를 보며 한심하다는 주변 분들도 많았고요. 그런데 지금은 가수도 돼 있고, 배우도 돼 있네요. 제가 생각해도 제 인생 참 재미있어요. 아버지 반대 무릅쓰고 뭣도 모르고 시작한 일인데, 운이 좋아서인지 다 잘 풀린 것 같아요. 가수든, 배우든 지금 제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에 매일 감사해 하며 살고 있어요. 어느 쪽 하나를 포기할 수 없으니, 다 열심히 해야겠죠. 가수의 감성과 배우의 표현력을 공유하는 ‘서인국’이 될래요.” 

현화영 기자 hhy@segye.com
사진=한윤종 기자 hyj07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