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짝다리 한 신선이 물었다… 도를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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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한국의 도교문화 - 행복으로 가는 길’ 특별전
“어렸을 때 천지를 만든 반고(盤古)와 친하게 지낸 기억이 날 뿐 내 나이를 모른다.” 한 노인의 자랑에 다른 노인이 별 거 아니라는 듯 받는다. “바다가 변해 뽕밭이 될 때마다 나이를 세느라 놓은 나뭇가지가 열 칸 집에 가득하다.” 또 다른 노인의 대거리도 가관이다. “먹고 버린 복숭아씨가 쌓여 곤륜산 높이와 같아졌다.” 스케일이 어마어마한 세 노인의 나이 공방은 이들이 신선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중국 소식의 ‘동파지림(東坡志林)’에 나오는 고사로 조선후기의 화가 장승업이 ‘나이 자랑하는 신선들’이란 그림으로 표현했다. 그림에는 ‘불로장생’을 염원한 도교의 상징적 이미지들이 압축적으로 표현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이 내년 3월 2일까지 기획전시실에서 여는 ‘한국의 도교문화 - 행복으로 가는 길’ 특별전은 각종 유물에 표현된 이런 이미지들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늙지도 죽지도 않는 존재인 신선은 부족함 없이 장수를 누리고 싶은 소망을 비는 대상으로서 인기가 많았다. 가장 인기있는 종리권, 여동빈, 이철괴, 장과로, 한상자, 조국구, 남채화, 하선고는 ‘팔선(八仙)’이라 불렸다. 종리권은 팔선의 우두머리격이다. 부리부리한 눈, 큼직한 코, 당당한 풍채에 배를 드러낸 모습으로 조선시대의 회화에 표현됐다. 여동빈은 팔선 중에서도 최고의 인기를 누렸는데 검술에 뛰어났다고 한다. 풀어헤친 머리카락, 맨발과 무엇보다 ‘짝다리’를 하고 검을 짚고 있는 여유만만한 모습에서 고수의 풍모가 제대로다. 수노인은 장수의 신이다. 긴 이마가 특징이고 복숭아를 두 손으로 받치고 있다. 김홍도의 ‘군선도’(群仙圖·국보139호)는 신선도의 최고 걸작으로 꼽힌다. 여동빈, 종리권, 수노인 등이 등장하고, 개별 화면마다 강세황이 평을 써놓았다. 

도교의 신선은 불로장생을 비는 대상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김홍도의 군선도는 도교의 여러 신선을 한 데 그린것으로 신선도 중 최고의 걸작이란 평가를 받는다.
전시물에서 가장 자주 볼 수 있는 소재는 장수를 상징하는 복숭아다. 도교 최고의 여신 서왕모의 과수원에서 3000년에 한번 열린다는 ‘반도(蟠桃)’를 표현한 것이다. 반도를 세번씩이나 훔쳐 먹고 18만년을 살았다는 동방삭의 전설이 유명하다. 이번 전시회에서는 왕실에서 사용한 ‘해반도도(海蟠桃圖)’ 두 점을 처음으로 볼 수 있다. 역시 처음 공개되는 것으로 현존하는 것 중 가장 오래된 ‘일월오봉도’와 앞 뒤로 짝을 이루는 한 점이 있다. 장수를 상징하는 대나무, 영지 등이 같이 표현돼 신선의 세계를 그리고 있다. 일월오봉도나 해반도도는 왕의 존재가 곧 국가의 안위와 직결되던 왕조시대에 왕실의 번영과 왕의 장수를 염원한 그림이다. 도자기로는 복숭아 모양의 청자 연적(보물 1025호)이 볼 만하다. 몸통의 뒷면에 홈을 내어 복숭아의 질감을 살렸고, 잎과 가지를 표현해 다채롭다. 

서왕모의 과수원에서 3000년에 한번 열린다는 복숭아는 장수의 상징이었다. 조선 왕실은 복숭아와 영지, 대나무 등을 함께 그린 해반도도를 장식화로 사용해 왕의 장수를 염원했다.
복숭아가 장수를 상징하게 된 이유는 확실치가 않다. 복숭아의 모양이 여성의 가슴과 비슷해 ‘생명의 젖줄’이란 상징으로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겠냐는 해석이 있긴 하다. 해반도도 속의 복숭아를 보면 이런 해석에 수긍이 간다. 

우리 문화재 중에서 손꼽히는 걸작으로 평가되는 백제금동대향로는 고대의 우주관과 도교적 신선 사상이 표현되어 있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전시물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백제금동대향로(국보 287호)’다. 300여건에 이르는 전시물 중에서도 압도적이다. 1993년 부여 능산리사지에서 출토된 것인데 신선들이 산다는 신산(神山)을 표현한 ‘박산향로(博山香爐)’의 전통을 계승하면서 백제적인 요소를 가미했다. 불교적인 모티프인 연꽃이 장식되어 있지만 전체적으로 고대의 전통적인 우주관과 도교적인 신선 사상이 함께 표현된 걸작이다. 향로 꼭대기의 봉황은 감상자의 위치에 따라 날렵하거나, 혹은 위풍당당해 다른 면모를 보이는 것이 이채롭다. 이번 전시회는 국립부여박물관에 가서만 볼 수 있었던 이 향로를 서울, 수도권 관람객들이 최장 기간 감상할 수 있는 기회이다. 무료. (02)2077-9000.

강구열 기자 river910@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