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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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인 출신 최룡해, 군부 장악 가능할까

입력 : 2013-12-12 19:59:27
수정 : 2013-12-12 23: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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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임 총정치국장 오진우·조명록은 인민군 내부서 차근차근 단계 밟아
최, 軍경험 전무… 영향력 행사 미지수
북한 장성택 전 국방위원회 부위원장 숙청 이후 최룡해 인민군 총정치국장의 존재감이 커진 가운데 그의 군부 내 영향력이 주목된다.

장성택을 쳐낸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체제의 안정성 여부는 체제를 떠받치는 기둥인 군부를 얼마나 장악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최룡해는 김정은의 ‘아바타’로 군부 장악에 나선 인물이지만 야전경험이 전혀 없는 그의 군부 영향력을 두고선 회의적 시각이 많다.

북한군을 이끄는 삼두마차는 총정치국장·총참모장(합참의장에 해당)·인민무력부장(국방부 장관에 해당)이다. 총참모장은 군에 대한 명령과 작전지휘 기능인 군령권이 있고, 인민무력부장은 군 인사와 군수지원 기능인 군정권을 쥐고 있다. 공산주의국가에서 군대는 ‘당의 군대’이다. 이 때문에 당의 군에 대한 정치사상 통제를 하는 기능이 별도로 존재하고 총정치국장이 그런 임무를 수행한다. 총정치국은 인민무력부, 총참모부보다 우위에 있고, 총정치국장이 이들을 감시·통제하는 구조다. 북한은 체제 유지를 위해 군대에 대한 당의 지배에 집중했고 김일성·김정일 시대에는 야전 군인들인 오진우와 조명록이 그 역할을 수행했다.

김일성·김정일 시대의 총정치국장인 오진우·조명록은 군부 내 신망과 입지가 확고했다. 김일성 주석의 오른팔이었던 오진우는 항일유격대 출신으로 군단장(1957년)→인민군 대장(1963년)→인민군 총정치국장(1967년)→인민군 총참모장(1969년)→인민군 차수(1985년)→인민군 원수(1992년)에 이르기까지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군 최고계급을 달았다. 김정일 위원장 시절 체제유지의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한 조명록 역시 반항공사령관(1975년)→인민군 상장(1985년)→인민군 대장(1992년)→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1998년)→당 정치국 상무위원·당 중앙위 위원(2010년)을 거쳤다.

하지만, 최룡해는 이들과 다르다. ‘정통군인’이 아니다. 장성택처럼 당 출신으로 2010년 인민군 대장 계급을 받았고 2012년 4월에는 총정치국장에 오르고 인민군 차수가 됐다. ‘무늬만 군인’이다. 최룡해의 부상과 대조적으로 김정일 시절 신임을 얻은 야전통들은 대부분 자취를 감췄다. 리영호(전 총참모장), 김정각(전 총정치국 제1부국장), 우동측(전 인민보위부장) 등이 대표적이다. 연평도 포격도발의 주범으로 김정일 위원장이 ‘타고난 싸움꾼’이라는 별명을 붙여준 김격식 대장도 밀려났다.

장용석 서울대 통일평화연구원 선임연구원은 “북한군은 당적통제를 받지만 제도적 차원에서 1명(최룡해)을 앉혀놓는다고 해서 군에 대한 당적 지도가 실질적으로 이뤄지는 게 아니다”며 “동일한 집단·무리 의식을 가진 군부가 최룡해를 어느 정도 수용할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할 일”이라고 분석했다. “군 인사권을 쥐고 군부 내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있겠지만 군 전체를 실질적으로 얼마나 장악할지는 미지수”라는 것이다.

김민서 기자 spice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