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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끝난 고3 교실은 ‘개점휴업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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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내 고교 10곳 중 7곳 사실상 ‘출석 일괄면제’ 허용
텅빈 교실에선 진학 상담만
18일 오전 서울시내 한 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한창 수업이 진행돼야 할 시간인데도 텅 비어 있다.
이재호 기자
18일 오전 9시 서울 A외국어고등학교 3학년 교실이 위치한 건물 2층은 적막감이 감돌았다.

정시모집 원서 접수를 하루 앞둔 평일이지만 등교한 학생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3학년 12개 학급 중 9개 교실 문이 굳게 잠겨 있었고, 나머지 학급에선 몇몇 학생이 담임교사와 진학상담을 하고 있었다.

이 학교 학생들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가 나온 뒤 한 달 가까이 고3 대부분이 등교하지 않고 있다. 해외여행이나 별도의 활동을 위해 등교가 어려울 경우 ‘체험학습 확인서’를 쓰고 출석을 인정받도록 돼 있지만, 실제로는 출석을 ‘일괄 면제’ 받는다고 학생들은 입을 모았다. 이 학교 3학년 유모(18)양은 “학생들 대부분은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집에서 쉰다”고 말했다.

학교 관계자는 “수능 시험이 끝나 학생 통제가 어렵고, 수시합격생과 시험 점수가 불만족스러운 학생들이 섞여 있게 되면 학습 분위기 조성도 안 된다”고 설명했다.

수능이 끝난 고3 학급의 파행 수업이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매년 되풀이되는 현장이지만 일선 교육현장은 개선의 기미가 없고 교육당국은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 취재기자가 서울시내 고교 10곳을 확인한 결과 7곳은 지난달 말 이후 고3 학생들이 대부분 출석하지 않고 실업계고와 특성화고, 공립 인문계고 3곳은 단축수업을 하고 있었다.

서울 강서구 B사립고 인근 빵집과 커피숍 등에는 등교하지 않은 학생들이 모여 재수학원 등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홍모(18)군은 “수시모집 추가합격 발표를 기다리고 정시모집에도 대비할 겸 도서관이나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다”면서 “겨울방학이 시작되는 30일 전후로 한 번만 학교에 가면 된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런 데도 교육당국은 손을 놓고 있는 모습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3이 등교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는 처음 듣는다”며 “지난해 10월부터 공문으로 수능 시험이 끝난 이후에도 대학 방문, 문화체험, 외부인사 초청강의 등 프로그램을 마련해 정상 수업시간을 채우도록 권고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해진 수업일수’에 연연하기보다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높다. 지역별로 모범적인 프로그램 운영 사례들이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총연합회 측은 “수업을 하지 않는 것은 당국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수업 공백의 가장 큰 피해자인 학생들을 위한 보다 현실적인 대안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관계자는 “수업 공백을 막기 위해 2014년 수능시험 일정은 1주를 늦췄고 2016년에는 2주를 미룰 계획”이라며 “고3 학생의 여름방학을 줄이고 겨울방학을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재호 기자 futurnalis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