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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위원 |
한반도 통일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개념은 한반도의 평화가 결코 동북아의 평화와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다. 우리보다 먼저 통일을 성공시킨 독일의 사례는 동·서독의 관계뿐만 아니라 동·서 유럽의 관계가 함께 맞물려 움직일 때 진정한 평화와 통일의 기회가 찾아온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다. 1990년 유럽안보협력회의(CSCE) 파리 정상회의에 참석한 헬무트 콜 독일 총리는 “만약 15년 전 유럽 통합을 위한 역사적 걸음인 ‘헬싱키 프로세스’를 시작하지 않았다면 오늘 독일 통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회고했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통일을 위한 우리의 준비도 남북한의 평화 정착 노력과 동북아의 평화와 협력을 위한 사고의 확장이 먼저 필요하다.
사실 박 대통령은 자신의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남북관계를 정상화해 한반도 평화를 정착시키고, 보다 항구적인 평화구조로서 동북아의 평화·협력을 함께 추진해 나갈 것임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을 어떻게 행동으로 보여줄 것인가이다.
무엇보다 남북한 간의 평화와 동북아의 평화·협력이 함께 실현될 수 있는 현실적 공간을 한반도에 정착시키는 일이다. 박 대통령은 작년 미국 상하원 합동연설에서 “한반도 분단의 상징인 비무장지대(DMZ)에 세계평화공원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사실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성공은 DMZ 세계평화공원이 남북 간의 평화 정착과 동북아 평화와 협력을 위한 현실적 공간으로 활용될 때 비로소 달성될 수 있다.
결과적으로 DMZ 세계평화공원은 생태관광 개념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이곳이 핵 문제 해결과 남북한의 평화 정착, 그리고 동북아 국가의 평화와 협력이 실현되는 현실적 공간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상설 협의체를 설치하는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6자회담이 정체된 상황에서 평화의 상징으로서 DMZ 세계평화공원은 중국을 비롯한 나머지 참가국을 한반도로 끌어당길 수 있는 중요한 명분이 될 수 있다. 바로 이러한 준비가 우리가 주도하는 남북통일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이승열 이화여대 통일학 연구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