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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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위험지 가지 말고 닭·오리 익혀먹어야

AI 증상과 예방법
전남 해남에 이어 경기도 시화호 일대 철새 분변에 조류 인플루엔자(AI)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AI에 대한 공포가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여러 지역을 옮겨다니는 철새들이 감염된 데다 인간도 전염될 수 있는 고병원성 바이러스라는 점에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에 나타난 바이러스(H5N8형)와는 다른 종류지만 중국(H7N9형)에선 AI 환자가 속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의들은 “아직까지 H5N8형이 세계적으로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는 데다 보건당국에서 AI가 발생한 농장뿐만 아니라 3㎞ 이내의 닭·오리·달걀을 전부 폐기하고 있어 일반 국민이 오염원과 접촉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중국·홍콩에 비해 ‘안전’

26일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충남 부여에서 폐사한 닭이 AI에 감염된데 이어 경기도 시화호에서도 AI 최초 발병지인 전북 고창 오리 농장에서 검출된 바이러스와 같은 H5N8형이 나타났다. H5N8형은 아직 사람에게 감염된 사례가 없고, 우리나라는 중국의 H7N9형과 1990년대 세계를 두려움에 떨게 한 H5N1형 감염자도 나타난 적이 없어 상대적으로 안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97년까지 세계인들은 AI 인체 감염이 불가능하다고 믿었다. 조류와 사람 사이에는 바이러스가 옮겨질 수 없는 중간벽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콩에서 1997년 세계 최초로 인체 감염이 보고되면서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당시 나타난 H5N1형은 18명에게 호흡기 감염을 일으켰고 6명이 사망했다. 이 바이러스는 최근까지 동남아시아와 북아프리카인 648명에게 옮겨져 348명이 사망했다. 약 60%의 치사율로 계절성 독감(0.1%)에 비해 엄청난 고병원성을 띄었다. 다행히 국내에는 H5N1형 감염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대한의사협회와 대한가정의학회 소속 의사들이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오리요리 전문점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는 익힌 닭·오리 고기를 통해 감염되지 않음을 알리기 위해 직접 시식하고 있다.
김범준 기자
◆위험지역 방문 피하고 닭·오리 익혀 먹어야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 B, C 3가지 항원형으로 나뉜다. 유행성 독감은 A, B형에서 주로 발생한다. A형은 사람과 동물에게, B형은 사람 간에 질병을 일으킨다. 지금까지 인체 감염이 보고된 AI는 A형에 해당한다. 또 바이러스는 표면에 있는 헤마글루티닌(H)과 뉴라미니다제(N)의 두 단백질 구조에 따라 H항원은 0∼16, N항원은 0∼9까지 분류된다.

이러한 인플루엔자에 걸리면 200여종의 바이러스와 세균 때문에 나타나는 감기와는 다른 증상이 나타난다. 고열, 콧물, 기침, 목 아픔, 근육통, 두통 등은 비슷하지만 설사, 구토 증상이 동반되고 폐렴 및 급성 호흡부전으로 빠르게 악화한다. AI 의심환자는 목구멍 또는 콧속 분비물을 채취해 바이러스 유전자를 검출하는 확진 검사를 받아야 한다.

AI를 예방하려면 철새 이동경로에 다가가지 말고 가금 사육농장 방문을 삼간다. 중국·홍콩·대만 여행자나 현지인이 입국할 때 소독을 철저히 해야 한다. 무엇보다 닭·오리 등을 섭씨 56도에서 3시간, 60도서 30분 이상 가열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가 상대적으로 안전하다고 해도 아직 H5N8형에 대해 밝혀지지 않은 부분이 많다. 전문의들은 “인체 감염 사례는 없지만 변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킬러 플루’가 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한다. AI 백신은 아직 임상단계에 있어 일반에 처방할 수 없는 상태다. 철새가 떠나고 바이러스 활동성이 떨어지는 5∼6월까지는 보건당국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도 AI를 전파하지 않기 위해 외출 단속, 위생관리를 해야 한다.

고대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오염된 먼지·분변이 사람의 옷과 신발·차량·장비·달걀 등에 묻어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때문에 위험지역의 동물시장이나 가금류 농장 방문을 피해야 한다”며 “외출 단속을 하고 닭·오리 등을 충분히 익혀 먹으면 일반 국민이 AI에 걸릴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