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미이 회장의 몰역사적 발언이 알려진 바로 그다음 날 우리는 위안부 희생자 중 한 명인 황금자 할머니께서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다. 90세의 생을 마감했으니 이승에서 함께한 회한과 분노를 모두 다 녹이고 가셨어야 하는데, 몇 해 전인 2011년 사후에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하겠다는 유언장을 남기셨다는 얘기가 자꾸 가슴에 맴돈다.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시면서 행여 사후에라도 본인이 겪었던 설움과 안타까움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간절함을 우리에게 숙제로 남기신 건 아닌지 헤아려 보게 된다. 예기치 못한 순간은 늘 이렇게 만나는 법이다. 모미이 회장이 정의롭지 못한 일본 역사의 단면을 희화화하려 하는 그 순간, 황금자 할머니는 죽음으로 다시 한 번 역사 왜곡의 진실을 밝힌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독도가 그들의 고유 영토라는 주장을 중·고등학교 교과서 제작지침에 명시하는 방안을 28일 공식 결정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일본 정부의 ‘반역사적이고 도발적인 행위’는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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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
문제는 왜곡된 역사인식이 정치적 손익계산의 차원으로 전환돼 특정 정치집단에 의해서 지속적으로 정치 담론으로 재생산된다면, 그 결과는 결국 일본 사회 전체의 정체성의 문제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이 경우 정치 담론으로 재생산되게 만드는 토양은 일본의 과거 ‘잃어버린 10년’일 수도 있고, 경제력과 정치력 사이의 간극을 줄이자는 잘못 인도된 ‘보통국가화 논리’일 수 있으며, 물론 부적절한 역사관에 기인한 정치지도자들의 이기심일 수도 있을 것이다. 우리에게 정도(正道)는 오직 한 길이다. 정의와 역사를 얘기해야 할 때는 객관적 사실과 국제규범에 입각해 한 치도 물러남이 없어야 할 것이다. 최근처럼 일본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깊어지는 상황에서는 다양한 트랙에서 국제적 세(勢)도 확보해야 한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국제정치학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