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출석한 조백상 선양총영사의 말을 종합하면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피고인 유우성(34)씨의 ‘북한 출입국기록’과 출입국기록의 진위에 관한 ‘답변확인서’에 외교부가 발급한 영사증명이 첨부돼 있었다. 이 때문에 외교부가 정상적인 경로를 통해 중국에서 문서를 확보한 것처럼 인식돼 왔다. 하지만 조 총영사는 문건에 첨부된 영사증명은 국정원 요원인 이인철 선양총영사관 영사가 임의로 첨부한 것이라고 밝혔다.
조 총영사는 “이 영사가 문서들에 영사증명을 첨부했다”며 “유관 기관이 획득한 중국어 문서를 이 영사가 번역한 뒤 번역 내용이 사실이란 걸 확인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영사가 중국 화룡시 공안국을 직접 접촉하거나 전화통화로 해당 문서를 입수한 것은 아니고 영사증명 역시 이 영사가 처리한 뒤 나는 사후에 보고만 받았을 뿐”이라고 말했다.
중국 정부가 위조됐다고 밝힌 3건의 문서에 대해 검찰은 지금껏 “정상적 외교라인을 통해 입수했다”고 밝혔지만 입수과정에서 국정원이 관여한 것으로 드러나 그 진위에 대해 더욱 의심을 받게 됐다. 민주당 우상호 의원은 “이 영사가 직접 문서를 생산했거나 이 영사의 부탁을 받은 중국 측 인사가 생산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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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주선양(瀋陽) 조백상 총영사가 20일 국회 외교통일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 증거조작 의혹과 관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 남정탁 기자 |
위조 의혹을 받고 있는 문서의 입수 과정이 속속 드러나면서 검찰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핵심은 국정원이 외교부를 이용해 ‘문서세탁’을 한 뒤 검찰을 간첩몰이의 ‘범행 도구’로 이용했는지 여부다. 국정원이 국가 기관을 총동원해 증거 조작을 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하지만 사건에 연루된 검찰과 국정원 등은 요지부동이다.
검찰은 일단 진상 조사를 위해 조 총영사와 이 영사를 소환조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수사 전환에는 부정적이다.
국정원은 “논란이 된 문건들은 외교부를 통해 입수했고, 사실과도 부합한다”며 기존의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증거 위조 의혹이 미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사건의 핵심이랄 수 있는 이 영사는 현재 중국에 머물고 있어 검찰의 수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이 영사가 귀국하지 않고 해외에서 떠돌 경우 사건은 장기 미제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진상 규명이 장애에 부딪히거나 지연된다면 형사소송법 등에 따라 필요한 방법과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국정원, 외교부를 대상으로 한 조사와 함께 중국과의 수사 공조 및 사법 공조 등에 대해서도 여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