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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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제 저고도레이더 10대 도입

정부 ‘北 무인기 대책’ 본격 추진
탐지거리 최대 30㎞… 靑·백령도 배치
국방부는 ‘새로운 위협’으로 떠오른 북한 소형 무인기를 탐지·타격할 수 있는 대책 마련에 집중하고 있다. 군 당국은 이스라엘제 전술 저고도레이더인 RPS-42 약 10대를 도입하고 서북도서 지역에 우리 군 정찰용 무인기를 처음 배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의 한 소식통은 9일 “올해 북한 소형 무인기 대비 긴급 예산으로 200억원을 편성해 저고도레이더 약 10대를 구매하고 기타 감시장비도 보강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라다의 RPS-42는 다목적 반구레이더의 일종으로 탐지거리가 30㎞에 달하지만, 이번에 발견된 북한제 추정 무인기처럼 소형 무인정찰기의 경우 탐지거리가 10㎞로 알려졌다. 능동위상배열레이더(AESA)의 안테나를 사용하는 이동식 레이더로 대당 예상단가는 9억원 안팎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다른 전력 사업의 예산을 이월해 소형 무인기를 탐지할 수 있는 저고도레이더를 긴급 구매하기로 했다”며 “성능검증 등을 거쳐 올해 안에 계약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군은 청와대 등 국가 중요시설과 함께, 최근 북한 무인기가 잇따라 발견된 백령도 등 서해 5도와 경기 북부 지역, 동해안 전방 지역 등 주요 축선에 RPS-42를 배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군 당국은 저고도레이더 평가단을 이스라엘에 급파해 관련 장비의 성능을 점검 중이다. 이용걸 방위사업청장도 지난 6∼7일 한-이스라엘 방산협력 회의 참석차 이스라엘을 방문해 라다와 IAI 등 이스라엘 방산업체로부터 저고도레이더 관련 내용을 살펴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군은 서북도서 지역에 군 정찰용 무인기를 처음 배치할 예정이다. 군 관계자는 “서북도서 지역에 군단급 무인기 4대를 배치하기로 했다”며 “이스라엘의 헤론과 헤르메스가 후보 기종”이라고 밝혔다. 헤론은 10㎞ 상공에서 최대 52시간을 비행할 수 있고 200㎞ 떨어진 지상통제소와 데이터 송수신이 가능하다. 또 미사일 발사가 탐지되면 비행물체를 추적해 관련 정보를 후방에 있는 공격기에 전달할 수 있다. 헤르메스는 고도 5.5㎞에서 20시간을 비행할 수 있고 육지의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도 탑재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사청은 최근 두 기종에 대한 시험평가를 완료하고 최종 기종 선택을 위한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업에는 예산 400여억원이 투입돼 실전 배치는 내년에 이뤄질 예정이다. 군 당국은 이외에도 전방경계 강화를 위해 열상감시장비(TOD)와 다기능관측경 등의 감시장비도 보강하기로 했다.

탐지된 북한 무인기를 타격하기 위해서는 저고도레이더와 연동되는 독일제 레이저무기 등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독일의 주요시설에 배치된 독일 라인메탈사의 레이저무기는 1∼2㎞ 거리에서 소형 무인기를 파괴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레이저 무기는 낙탄 및 파편 피해가 거의 없어 청와대 등 대도시의 국가 중요시설을 방어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대도시 이외 방어거점에는 벌컨포 등 기존 대공화기와 함께 30㎜ 자주 대공포 체계인 ‘비호’(K-30)에 휴대용 미사일 ‘신궁’을 결합한 유도탄 탑재 복합대공화기를 배치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한편 한·미연합군사령부와 합동참모본부는 북한의 무인기 도발에 대한 대응 방안을 작전계획과 작전예규에 반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의 무인기 위협이 현실화됐지만, 현재 작계와 예규에는 무인기 도발 가능성과 이에 대한 대비책이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선영 기자 007@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