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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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北 무인기 그렇게 위협적인가

방공망 뚫린 건 엄중하지만 실제 성능 과장 국민만 놀라
국정원·軍 공조체제도 미숙… 북한에 자신감만 키워준 꼴
청와대 상공까지 북한 무인기가 제멋대로 드나들 수 있었다는 데 놀란 국민들은 지난 열흘 동안 군을 향해 매서운 비판을 쏟아냈다.

지난 7일엔 박근혜 대통령까지 나서 “군 당국이 관련 사실을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던 것은 방공망 및 지상 정찰(감시) 체계에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군은 2010년 3월 천안함 폭침 사건의 뼈아픈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 북측의 기습공격에 대비해왔으나 북측의 무인기 도발에 또 한 번 허를 찔렸다. 군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게 됐다.

군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새로운 각오로 거듭나야 한다. 동시에 국민들도 생각해 볼 대목이 있다. 북한의 무인기가 그렇게 ‘위협적’인가 하는 점이다.

군사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북한 무인기 위협이 ‘침소봉대’됐다고 입을 모은다.

이번에 발견된 3대의 북한 무인정찰기는 고정표적을 단순 촬영하는 수준이며, 영상송수신 장치도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무인정찰기에 영상송수신 장치를 달면 기체 사이즈가 더 커지게 된다. 그러면 현재 우리 군이 보유한 방공레이더망에 포착된다. 전문가들은 고정표적에 대한 정밀타격도 불가능하다고 말한다. 목표 좌표는 가지고 있지만 그 표적에 대한 형상 데이터를 가지지 못한 때문이다. 우리는 미군이 가진 인공위성이나 U2 정찰기 등을 이용, 표적을 디지털 영상화해 타깃을 공격할 수 있지만 북한 무인기에는 이런 능력이 없다. 디지털 입체분석이 안 되면 10층 건물도 1층으로 판단한다. 목표물을 공격하더라도 오차가 10m 이상 나는 등 정확도가 크게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무인정찰기를 공격기로 개조해 탑재 가능한 3㎏ 정도의 폭약을 싣더라도 콘크리트 벽면에 흠집을 내는 정도의 수준에 그칠 수 있다.

북한 무인기가 청와대 상공까지 휘젓고 다녔다는 사실이 엄중하긴 하지만 실질적인 위협으로 과장하는 것 또한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다. 이런 북한 무인기에 맞서 전방위로 대공방어망을 구축하는 것은 재원 낭비라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군 고위 관계자는 “북한 무인기는 아직까지 군사적 의미로 유의미하다고 할 수 없다”고 단정했다.

그렇다면 이렇게 위협이 부풀려진 이유는 뭘까.

국민의 안보 불안은 북한 무인기 자체보다는 무인기 사태에 대처하는 정부의 대응 과정에서 증폭됐다.

파주 무인기가 처음으로 발견된 이후 대공용의점에 대한 중앙합동신문조사단의 조사는 국가정보원이 맡았다.

주무부처인 김관진 국방장관은 백령도에서 북한제 추정 무인기가 추락하면서 파주에서 발견된 무인기도 북한 제품일 가능성이 커졌다고 언론에 보도된 다음날인 이달 2일에서야 ‘북한 소행이 농후하다’는 내용이 담긴 1차 중앙 합동조사 결과를 보고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재수 기무사령관은 이날 국회 국방위에 출석, 지역 합동조사 내용을 김 장관에게 보고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결론이 나지 않아) 보고할 단계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백령도 무인기가 발견되고 언론들이 군의 은폐 의혹을 제기하며 비판 대열에 가세했을 때도 국방부 고위 관계자는 “우리에겐 관련 정보가 없었다”고 털어놨다. 정보당국 고위 관계자는 “만약 이 문제가 북한이 저지른 테러였다고 해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정원이 주관하는 중앙합신제도를 개선해야 차후에 이런 소란이 빚어지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북한 무인기 사태는 군의 허술한 방공망, 군과 정보당국의 미숙한 공조 태세, 국민의 안보 불안을 조장하여 북측에 비대칭 전력에 대한 자신감만 키워준 꼴이 됐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