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하반기 경제운용의 키워드를 내수 회복으로 잡은 것은 이런 맥락에서 당연하다. 그러나 ‘뾰족한 부양수단’이 없다는 게 문제다. 양대 경제정책인 재정정책, 통화정책 모두 적극적으로 펼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세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대규모 재정투입은 여의치 않고 미국 출구전략이 진행 중인 터에 추가 금리인하도 어렵다. 정부는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해 내수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인데, 세월호 참사로 규제 완화의 명분은 퇴색했다.
하반기에 내수 회복을 위한 대규모 재정 투입은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경제성장률이 잠재 성장률에 근접한 3% 후반대로 관측되는 상황에서 추가경정예산 등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게 적절치 않다는 분석이 많다. 또 경기침체 여파로 세입이 부족한데 무분별하게 재정 투입을 확대할 경우 오히려 재정에 부담을 주는 역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 정부는 소비 확대를 위해 올해 상반기 재정집행률을 기존 55%에서 57% 수준으로 상향 조정하기로 하고, 2분기에 정부 재정 7조8000억원을 더 풀 계획이다.
결국 정부는 서비스업 규제 완화 등을 통한 구조적 접근으로 소비 심리를 회복하겠다는 복안이지만 이 역시 얼마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정부는 체감 경기 대응 차원에서 영세 1인 자영업자에게 고용보험료 50%를 지원하는 등 자영업자 지원 대책을 준비 중이다. 또 서비스 산업 육성 방안의 골간을 제시할 예정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교육, 관광, 금융, 소프트웨어 등 5대 유망 서비스산업 육성을 위한 관계부처 차관급 총괄 작업반(TF)을 운영해왔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경제동향분석실장은 “지금 소비가 부진한 것은 노후 불안이나 주거 불안, 가계부채 등이 주원인”이라면서 “벌이가 조금 나아졌지만 지갑을 못 여는 상황이라면 소비심리 개선 차원에서 노후·일자리·주거 등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딜레마에 빠진 금리정책
경기부양 수단으로 금리정책이라는 ‘큰 칼’을 쓰기도 어렵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내릴 가능성은 희박해지고 있다. 미국의 완화적 통화정책은 출구를 찾아가는 중이다. 세계 경제도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을 중심으로 점진적 개선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준금리를 내리기는 어렵다. 기준금리를 내려도 소비와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 함정’ 논란도 그치지 않고 있다.
경기상황에 대한 한은의 판단도 지난달과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세월호 참사 이후 내수 위축에 대한 판단은 유보적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발표한 ‘2분기 지역경제보고서’에서 “세월호 참사 이후 4월 하반기 소비지표가 악화했으나 5월 들어서는 추가로 나빠지지 않았다”며 국내 경기가 전반적으로 개선세를 이어갔다고 평가했다.
오는 12일에 열릴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도 기준금리는 동결될 전망이다. 13개월째 연2.5%에 묶이는 것인데, 동결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리정책은 이제 ‘위’를 쳐다보고 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 4월 취임 후 첫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방향성을 ‘인상’으로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고 기준금리를 올리기도 쉽지 않다. 1000조원을 넘어서고도 계속 증가하는 가계부채, 상승세를 잇는 전세금, 줄어드는 설비투자 등 구조적인 문제가 내수를 짓누르는 터다. 윤여삼 KDB대우증권 연구원은 “기준금리 인상 시기는 내년 1분기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류순열 선임기자, 이귀전 기자 ryoosy@segye.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