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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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비선·수첩 의존 '나홀로 리더십' 논란

野 “靑비선 ‘만만회’서 문창극 추천說”
“인사위는 거수기… 검증 무력화 비판”
문창극 국무총리 후보자 낙마로 박근혜 대통령의 ‘나홀로 리더십’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나홀로 리더십은 ‘밀실·수첩인사’로 대변된다. 투명한 시스템이 아닌 ‘비선 라인’과 비밀수첩에 의존해 민심과 동떨어진 ‘내 맘대로’ 인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두 명의 국무총리 후보자가 중도하차하는 인사참극이 벌어진 것은 그 결과다. 인사 실패는 국정 공백 장기화를 자초했다는 관측이다.

21일 밤 중앙아시아 3국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박근혜 대통령이 청와대 김기춘 비서실장(왼쪽) 등의 영접을 받으며 서울공항을 통해 들어오고 있다.
성남=허정호 기자
야당에선 비선 인사에 대한 비판이 제기된다. 새정치민주연합 박지원 의원은 25일 “문 후보자 추천은 청와대 비선 라인인 ‘만만회’에서 했다는 말이 있다”며 “비선 라인이 인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국민과 정치권 등에서 갖고 있지 않느냐. ‘만만회’라는 게 움직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만만회는 이재만 청와대 총무비서관, 박 대통령 동생인 박지만씨, 박 대통령 보좌관 출신인 정윤회씨를 지칭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기춘 비서실장이 위원장인 청와대 인사위원회가 사실상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쓴소리가 나오는 것은 이런 맥락에서다. 박 대통령이 특정인을 후보로 지목하면 형식적 인사 검증이 이뤄져 기본적 하자도 걸러내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특히 보수인사 코드가 강화되면서 검증 시스템이 무력화됐다는 평가도 있다. 중앙인사위원회와 같은 인사검증 기관을 별도로 설치해 투명하고 객관적인 인사 검증 절차를 밟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박 대통령이 문 전 후보자 사퇴와 관련해 “인사청문회까지 가지 못해 안타깝다”고 말한 것은 청문회 불발의 책임을 야당에 떠넘기는 모습으로 비친다.

박 대통령은 당 안팎의 예사롭지 않은 흐름을 감안한 듯 이날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김재원 원내부석부대표와 회동해 국회 운영 방안, 정무장관 신설 필요성 등 국정 현안을 놓고 의견을 교환했다. 민심에 민감한 당의 의견을 듣고 ‘2기 내각’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기 위한 자리로 보인다. 박 대통령이 여당 지도부를 따로 만난 것은 7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50분간 진행된 회동에서 “국회와 협력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이런 기회를 자주 갖겠다”고 말했다고 이 원내대표는 회동 후 기자간담회에서 전했다. 박 대통령은 또 여야 간 원만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 기조 아래에서 현재 정부가 추진하려는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이 국회 입법 과정에서 잘되기를 기대하겠다”고 밝혔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조직법은 만만치 않다. 야당이 해경(폐지) 문제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에선 후임 총리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상훈 기자 nsh21@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