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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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청문법 개정안 무더기 낮잠 '개선 나몰라라'

표절논란·재산 문제 등 단골 이슈
사안 때마다 경쟁적 법개정안 발의
‘제자 논문 데이터 인용 표시 없이 사용, 같은 보고서로 연구비 이중수령, 교내외 학술지에 논문 중복게재.’

2006년 김병준 교육부총리는 이 같은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돼 취임 18일 만에 사퇴했다. 8년이 지난 올해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김명수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는 제자 논문 표절, 제자 연구비 가로채기, 논문 실적 허위 기재 의혹을 받고 있다. 정종섭 안전행정부 장관, 이기권 노동부 장관 후보자에겐 자기 논문 표절 의혹이 제기됐다. 그야말로 ‘판박이’다. 지난해 9월 새정치민주연합 이상민 의원 등은 공직후보자 임명동의안 등의 첨부서류에 논문 표절 여부 심사에 관한 사항을 추가하도록 하는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인사청문 대상자 학위논문의 표절 여부를 확인할 기관으로 국회도서관을 지정하는 방안에 대한 토론회도 이어졌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 

◆잠자는 개정안… 쳇바퀴 청문회

19대 국회에서 발의된 인사청문회 개정안은 31건에 달한다. 인사청문회와 관련된 국회법 개정안이 8건, 기타 법안이 3건으로, 모두 합치면 42개 법안이 국회 계류 중이다.

청문회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청문회의 효율적 진행을 위한 개정안이 국회에 잠을 자면서 ‘부실 검증’에 따른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회에 발의된 인사청문회 개정안은 논문 표절을 포함해 역대 청문회에서 반복됐던 문제를 포괄하고 있다. 새누리당 윤재옥 의원 등이 발의한 대상자 본인과 배우자 및 대상자의 직계존비속 관련 증빙서류 항목 추가 법안이 대표적이다. 법안은 대상자 본인과 배우자 직계존속의 최근 10년간 재산 변동 및 부동산 거래 사항에 관한 증빙서류를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청문회 단골로 불거져나오는 배우자의 투기 의혹과 자녀의 재산 문제 등을 검증할 수 있는 개정안이다.

공직후보자의 선서 내용, 진술이나 서면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징역 또는 벌금형에 처해야 한다는 내용의 개정안과 공직후보자가 자료 제출을 요구받은 경우 법률상 규정한 사유 외에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법률 개정안도 여야 의원이 각각 발의했지만 아직까지 깜깜무소식이다.

◆신상 검증에만 치중한 인사청문회

인사청문요청안 등이 국회에 제출되면 20일 이내에 인사청문을 완료해야 하는 현행 제도를 30일로 늘려 철저하게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기간이 짧아 대상자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이 어렵고, 후보자의 개인 신상에 관한 검증에 치중해 정책 수행능력 검증이 부실해지기 때문이다. 인사청문 기간을 늘려야 한다는 개정안은 새누리당 권성동, 새정치연합 심재권·민병두 의원 등 여야를 가리지 않고 발의했지만 여전히 제자리다.

7개월 만에 與지도부 만난 朴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이 25일 오후 청와대에서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와 김재원 원내수석부대표를 만나 국회 인사청문회 개선 방안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인사청문회를 도덕성과 윤리성 검증을 위한 1차(비공개)와 업무능력 검증을 위한 2차로 이원화해 대상자의 업무 능력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개정안도 여야 의원이 수차례 발의했지만 먼지만 쌓이고 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도덕성 검증은 인사청문회에 중요한 요소이지만 신상 검증에만 치중해 온 것도 사실”이라며 “정책 수행능력과 자질 등을 고려하지 못하고 사소한 흠결 등에 따라 후보자가 낙마한 사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행 인사청문회는 정치적 변수나 상황, 여야 친소관계에 따라 검증 기준이 들쭉날쭉하고 있다”며 “법률을 일목요연히 정리해 인사청문회에서 공정한 잣대가 적용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