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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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식 의원, 송씨에 토지 용도변경 약속”

경찰, 지인들 진술 확보
폭로 압박에 범행 계획한 듯
수천억대 자산가를 청부살해한 혐의로 구속된 김형식(44) 서울시의회 의원이 피해자에게 토지 용도변경을 약속했다는 진술이 나왔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김 의원이 살해된 송모(67)씨에게 6·4지방선거 전까지 토지 용도변경을 해주겠다고 약속했다는 진술을 김 의원의 지인들로부터 확보했다고 1일 밝혔다. 경찰은 김 의원이 용도변경에 실패한 뒤 송씨로부터 폭로 압박을 받고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송씨와 수년간 함께 일해온 건축사 A씨는 “송씨가 김 의원이 자신에게 ‘6·4지방선거 전까지 토지를 상업지구로 바꿔주겠다’고 약속했으니 건물 증축 설계도면을 만들어 달라고 부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또 A씨로부터 “서울시 토지이용정보시스템을 확인한 결과 지난해 9월 이 지역의 용도변경이 입안됐다가 3개월 뒤 무산된 것을 확인했다”는 증언도 확보했다. 송씨의 가족들도 “송씨가 ‘내가 손을 다 써놨으니 조만간 용도변경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자기 건물이 서 있는 땅을 상업지역으로 변경하는 것은 송씨의 숙원사업이었다. 송씨가 소유한 내발산동의 건물은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 해당해 증축과 개발에 제한을 받았다. 송씨는 2004년 12월 건물을 증축한 바 있어 더 이상 증축을 할 수 없는데도 한 차례 무단 증축을 감행해 자치구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일반주거지역이 상업지역으로 변경되면 증축 가능 높이(4층→20층)와 용적률(전체 대지면적 대비 건물 연면적 비율: 250%→최대 800%)이 늘어난다. 호텔이나 모텔 등 건물에 입점할 수 있는 시설 또한 확대돼 경제적 가치가 높아진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들은 “용도변경이 되면 해당 건물의 매매가격이 3.3㎡당 약 4000만원에서 5000만∼6000만원 이상으로 상승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경찰은 송씨가 보관 중이던 차용증 5억2000만원이 용도변경을 대가로 김 의원에게 건넨 돈이라고 보고 있다. 경찰은 송씨의 사무실 금고에서 지난 3월1일 송씨가 넣어둔 1억원 상당의 돈뭉치를 발견했으며, 이 역시 김 의원에게 줄 돈으로 파악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송씨가 아들에게 ‘곧 현금이 더 필요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으로 미뤄볼 때 용도 변경 성사 시 김 의원에게 돈을 더 건네려고 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유치장에 수감된 김 의원은 전날부터 변호인의 조언에 따라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권이선 기자 2sun@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