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메뉴 보기 검색

정부 ‘기업소득 환류세제 카드’ 왜?

‘유보금 과세’ 적용기업 적어… 투자활성화 이어질지 의문
각종 지원책 ‘낙수효과’ 못보자 선회
소득 활용 일정수준 안하면 세금 물려
전문가들 “방향엔 공감… 효과 미지수”
정부가 6일 내놓은 세법개정안은 대기업에 대한 접근방식이 바뀐 점이 눈에 띈다. 법인세 인하 등 각종 ‘당근’을 주며 기업의 기 살리기에 힘을 쏟던 정부가 이번에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라는 ‘채찍’을 꺼내들었기 때문이다. 기업이 소득을 투자나 배당, 근로자 임금 인상 등에 쓰지 않고 금고에 쌓아두면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세법개정안의 방향에는 공감하지만 실효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제기했다.

◆대기업·고소득자에 채찍


정부는 기업의 소득을 투자·임금증가·배당 등에 일정 수준 이상 활용하지 않으면 미달분에 세금을 물리는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자기자본 500억원 초과 법인과 대기업 소속 기업 4000여개가 대상이다. 중소기업은 예외다. 기존 사내유보금은 과세 대상이 아니며 2015년 발생하는 소득분부터 과세대상이다.

정부가 기업에 대한 태도를 바꾼 것은 일종의 ‘배신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고환율 유지, 법인세 인하 등으로 기업에 많은 혜택을 주며 기업의 성장이 가계 소득 증가와 내수 활성화로 이어지는 ‘낙수효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현실은 기업의 성장이 그들만의 잔치에서 끝나고 가계의 소득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

정부는 또 그동안 퇴직소득에 대해 똑같이 40%를 공제했으나 앞으로는 퇴직급여수준별로 차등(15∼100%)을 두기로 했다. 이에 따라 퇴직 당시 연봉 1억2000만원을 넘는 고액연봉자부터 세부담이 늘어나게 된다. 국세청에 따르면 총급여가 2억원이고 근속연수가 20년인 퇴직자의 경우 퇴직금은 평균 3억3300만원이다. 이 퇴직자의 세부담은 1322만원(실효세율 4.0%)에서 2706만원(〃 8.1%)으로 늘어난다.

◆“방향은 맞는데, 실제 효과는…”


이번 세법개정안의 핵심으로는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가 꼽힌다. 기업소득 환류세제와 더불어 근로자 임금 증가분의 5∼10%를 세액공제하는 근로소득 증대세제, 고배당주식의 배당소득 원천징수세율을 인하(9→4%)하고 금융소득 종합과세 대상자는 분리과세(25%)를 허용하는 배당소득 증대세제가 그것이다.

경제전문가들은 정부가 내수 활성화와 가계소득 증대 등을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겠다는 방향성에는 대체로 공감했다. 하지만 기업소득 환류세제를 포함한 가계소득 증대 3대 패키지 등이 충분한 논의 없이 갑작스럽게 만들어진 탓에 실제 가계의 소득증대 효과로 이어질 것인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한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가 근로소득과 배당소득을 통해 가계소득을 늘리는 데 상당한 무게중심을 둔 것이 느껴지며, 그 방향성에 공감한다”며 “근로소득 증대세제와 기업소득 환류세제가 인센티브 요인은 되겠지만 순수하게 세제 때문에 근로소득이나 기업 투자가 크게 늘어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전망했다. 임금으로 나가는 액수가 세액공제 액수보다 많으면 임금을 안 늘리고 세액공제를 받지 않으면 그만이라는 것이다. 또 기업소득 환류세제의 경우 대기업은 이미 당기순이익 정도는 투자를 하기 때문에 실제로 적용받는 기업이 많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조경엽 한국경제연구원 공공정책연구실장은 “가계소득 증대세제 3대 패키지로 개인소득이 늘어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고 말했다. 배당소득을 얻는 국민은 특정 계층에 쏠려 있고, 그 수도 그리 많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세액공제를 위해 임금인상을 할 기업도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세종=우상규 기자 skwoo@segye.com